Page 89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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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체계(Ptolemaic system)를 완성한 사람이다. 따라서 지구는 신이 창조한 우주의 중
심으로 아주 신성하고 거룩한 땅이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사상’은 ‘영원한 믿
음’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교회에서는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이라는 반역의 말을 하고 다니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더구나 그는 가톨릭 신부였다. 오죽하면 종교개혁을 이끌
었던 동료 가톨릭 신부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조차 그를 비판하고 나섰을까.
“하늘이나 하늘의 덮개, 해와 달이 아니라 지구가 회전한다는 것을 입증하려
고 발버둥 치는 오만불손한 주장이 나왔다. 그 바보는 천문학 전체가 뒷걸음치
는 것을 바라고 있다.”
마르틴 루터는 코페르니쿠스를 ‘바보’라 지칭했다. ‘밑줄 긋는 여행’을 쓰는
한 블로거의 평가에 따르면,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많은 신자들로 하여금
교황청에 등 돌리게 만들었다면, 코페르니쿠스의 우주론은 신(神)으로부터 등 돌
리게 할 수 있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것”이었다. 당시로써는 가히 상상도 하지
못할 ‘천지개벽’할 말이었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점이라는 엄청난 특권을 포기해야 했다. 이제 인간은 엄청
난 위기에 봉착했다. 낙원으로의 복귀, 종교적 믿음에 대한 확신, 거룩함, 죄 없
는 세상, 이런 것들이 모두 일장춘몽으로 끝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새로운 우주
관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사고의 자유와 감성의 위대함을 일깨
워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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