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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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데 심사가 뒤틀리는 일이 하나 생겼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로 가는 여객기 비즈니스석 옆에 다른 사람이 앉은 것이다. 비행기 비즈니스석
이란 옆에 사람이 앉아도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하지만 이 상무님은 그것도 싫
으셨나 보다. 기차나 고속버스를 탔을 때 옆자리에 아무도 앉지 않고 혼자 가는
것 같이 혼자 타고 싶으셨던 것일까. 상무님은 옆자리가 비어 있지 않은 데 대해
담당 승무원에게 불만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감히 내 옆자리 티켓을 왜 팔았느
냐는 뜻일지도 모른다.
비행기가 이륙한 뒤 3시간 후, 한국 시각으로 저녁 식사를 할 무렵인지라 담
당 여승무원은 그분이 사전에 요청하신 비빔밥을 기내식으로 갖다 드렸다. 그때
부터 대기업 간부의 화풀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밥이 설익었다”는 것이었
다. 대한민국 기내 서비스는 세계 최고수준인지라 하는 수 없이 새 비빔밥으로
바꿔 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설익었다고 퇴짜를 놓는 것이었다.
그 대기업 간부는 이어 “비빔밥은 안 먹겠으니 그 대신 라면을 끓여오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미주노선의 비즈니스석에서는 봉지 라면도 끓여
준다고 한다. 결국 여승무원이 라면을 끓여오자 맛을 본 그는 “라면이 제대로 익
지 않았다”고 다시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결국 다시 끓여 온 라면에 대해서도 “너무 짜다”는 등 라면을 세 그릇이나 퇴
짜를 놓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담당 여승무원에게 반말과 폭언을 했으
며 그릇을 통로에 던지기까지 했다고 승무원들은 주장했다. 또 “안전띠를 매 달
라”는 승무원들의 일반적인 안전수칙 준수 요구에도 따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소란이 있은 후 4시간 뒤, 두 번째 기내식을 제공할 시간이 되자 해당 여
승무원은 대기업 간부님에게 감히 식사주문을 받으려 했으나 그는 아무런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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