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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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고 있지만, 이를 담론이 아니라 문화 속에서 간직해온 민족이 우리 한국을 제
외하고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마 함께 살아가기 위한 품앗이나 계, 향약, 보, 대동놀이 등 우리가 간직해온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 정신이 말로만이 아닌, 우리의 생활문화 속
에 고이 간직되어 있다는 점을 서구인들이 발견했기 때문인 것 같다. 전통적인
계는 물론 동창회나 향우회는 또 얼마나 많은가.
돌이켜 보면 우리의 문화 속에서 나타난 사회적 연결구조, 즉 ‘소셜 네트워크’
는 그 원리 면에서 현대의 SNS 시스템과 다르지 않다. 지난 90년대부터 PC 통신
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동호회나 카페 등 커뮤니티를 만들어 서로 신속히 소통하
며, 함께 살아가기 문화를 구축한 최초의 인류가 바로 한국인들이었다.
그런 한국인을 포함해 세계인은 이미 인터넷과 휴대폰, 컴퓨터를 떠나서는 존
재할 수 없는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살고 있다. 4월 15일 발생한 보스턴 테러에
서 범인 형제들이 밥솥폭탄을 터뜨린 원격연결도 휴대폰 벨소리를 진동으로 바
꾼 것이었다. 점점 진화하는 정보화시대의 우려는 어느 한 사람의 돌출행동이
정보화 시스템을 일순간에 마비시키는 사이버 테러로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는 점이다.
결국 신속하고 광범위한 정보화시스템에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자’는 홍
익인간의 윤리를 집어넣지 못하면, 해킹이나 컴퓨터 바이러스의 무차별 유포
에 의해 일순간에 국가 전체의 작동이 정지될 수 있다. 지난 3월 20일 벌어진
KBS·MBC·YTN 등의 언론사와 신한·농협·제주은행의 웹서버, 직원 PC,
ATM(자동인출기) 등에 대한 무차별 사이버 테러도 이 같은 우려를 낳게 하는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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