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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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한국을 식민지로 병합한 일본 제국주의는 한국 민족의 정신적 뿌리를

               무조건 말살시켜야 했다. 따라서 삼국유사에 엄연한 역사기록으로 나타난 단군

               의 건국이념을 한반도 북방 어느 지역의 전설 정도로 깎아내릴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식민지 교육을 받은 당시 조선 학생들에게 단군이란 그저 호랑이 담배

               물던 시절의 전설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또 그렇게 일단 뇌리에 박히고 나면 그

               생각을 바꾸기란 쉽지도 않을뿐더러 단군이 엄연한 역사적 기록이라는 진실을

               새삼 가르쳐줄 사람도 없었다. 결국 한국 지식인들의 일부는 아직도 일본 역사
               학계의 시각에 철저히 농락당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도 일본의 그런 식민지사관을 자신들의 이익에 철저히 적용시키고 있다.

               일본의 한국 역사관에 대해 박수를 치는 상황이다. 중국 역시 단군이 통치한 고

               조선, 그리고 그 후손이 이어받아 통치한 고구려와 발해의 땅, 즉 현재의 만주지

               역에서 한국의 역사 흔적을 철저히 지워야 하기 때문에 단군은 한반도 북방지역
               에서 떠돌다 사라진 하나의 전설에 나오는 가공의 인물일 뿐이다.

                 그것이 바로 중국 땅에서 일어난 역사는, 한국의 실재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

               고, 모두 중국의 역사라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의 시초다. 한국이 고작 단군이란 전

               설 하나로 중국의 지방정부인 고구려와 발해에 대한 연고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
               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맞받아치려는 전략이다.

                 우리가 단군과 홍익인간 사상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사이 일본과 중국은 벌써

               한국 9,000년의 역사를 통일신라 시대 이후 고작 1,500년의 역사로 축소시켜 놓

               고 있다. 또 자라나는 그들의 후세들에게 만주의 고구려인, 발해인들은 조상도

               없이 그저 중국과 일본의 속국으로 지낸 하나의 부족(조선족)에 불과하다고 가
               르치려 들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단군과 홍익인간이었기에 그들에게는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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