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칭의와 성화-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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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세력을 완전히 굴복시켜 발등상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가 하나님에 의해 일
으켜져 하나님 우편에 높여지고, 하나님의 아들로서 하나님의 통치권을 위임받아 현재 그
것을 대행하며 사탄의 세력을 소탕해 감으로써 결국은 그들의 주도 아래 반란 상태에 있
는 온 세상을 평정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원수인 죽음까지도 없앰으로써 하나님의 아들
의 임무가 완성되면 그도 하나님 아버지께 위임받은 통치권을 돌려 드린다는 것입니다. 그
리하여 온 우주가 창조주 하나님의 통치 아래 들어와 샬롬이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로마서 1:3~4의 하나님의 아들의 복음을 고린도전서 15:23~28에서 바울이 풀어
설명한 것입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가 사탄의 모든 죄와 죽음의 세력들을 소탕하는 작업을 완수하여 하나님
나라가 온 땅에 온전히 이루어지게 하는 시점을 바울을 위시한 신약의 복음 선포자들은
그의 재림 때로 봅니다. 그러니까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승천하여 하나님의 대권을 행사
하는 하나님의 아들, 곧 만유의 주로 하나님의 우편에 등극한 시점부터 그의 재림 때까지
의 기간, 그러니까 현재가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로서 하나님의 주권을 대행하여 사탄의
죄와 죽음의 세력들을 소탕해 가는 기간입니다.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포와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은 제2차 세계대전 중 1944년 6월 14일
영미 연합군이 프랑스의 노르망디 해안에 상륙해서 독일군을 결정적으로 무찔렀던 D-Day
의 승리에 해당합니다. 그것은 전쟁의 승패가 결판난 날(Decision Day)에 해당합니다. 이제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통치를 대행하는 하나님의 아들로서 그의 주권을 행사해서 마치 연
합군이 베를린을 향해 가면서 그 사이에 저항하는 독일군을 소탕해 가는 것과 같은 일을
하십니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저항 세력을 완전히
소탕해 온 피조 세계를 평정합니다. 마침내 온 세계를 최후의 원수인 죽음에서 건져 내 신
적인 생명이 충만하게 합니다. 그럴 때에 온 세상이 하나님께 회복되고 하나님의 절대 창
조 주권에 굴복하며 예수 자신도 그의 통치권을 하나님 아버지께 되돌려 드립니다. 그때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재림하는 때인데, 이것을 비유하자면 1945년 5월 8일 연합군이 독
일의 수도 베를린을 점령함으로써 독일이 항복하여 민주 세력이 유럽에서 최종 승리를 거
둔 V-Day(Victory Day, 승리의 날)에 해당하는 날입니다.
이런 구도로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 요한계시록입니다. 바울도 요한계시록과 마찬가지로
하나님 나라의 실현이라는 복음 선포의 틀을 유지합니다. 요한계시록과 같이 바울도 하나
님 나라가 사탄의 나라와 대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며, 사탄의 나라의 멸망을 통하여 하나
님 나라가 실현되는 것으로 말함으로써 하나님 나라의 묵시문학적 틀을 유지합니다. 바울
편지들에 ‘하나님 나라’라는 말이 여덟 번 나옵니다(롬 14:17; 고전 4:20; 6:9, 10; 15:50; 갈
5:21; 골 4:11; 살전 2:11~12; 살후 1:5). 거기에다 두 번에 걸쳐 사용된 ‘하나님 아들의 나
라’라는 표현까지(고전 15:24; 골 1:13) 해서 총 열 번이 나옵니다. 많은 학자들은 바울이 하
나님 나라를 ‘여덟 번밖에’ 안 쓴다고 하는데 사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바울이 ‘하나님 나라’
라는 말을 ‘여덟 번이나’ 또는 ‘열 번이나’ 쓴다고 해야 옳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구약과 유
대교에서도 드문 숙어이고 신약에서도 복음서들 밖에서는 흔치 않은 숙어입니다. 그런데
바울이 그것을 여덟 번이나 썼습니다. 그만큼 그 숙어가 바울에게 중요했고, 그것이 바울
의 모든 복음 선포의 큰 틀이었음을 암시합니다. 바울의 언어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그가 예수를 특히 ‘주’라 지칭할 때는 항상 그 ‘하나님 나라’의 틀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
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 칭호는 예수가 하나님의 주권을 대행하는 분임을 나타내기 때문입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