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칭의와 성화-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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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아들로 선언된 분이다.” 여기서도 역시 우리말 번역 하나가 잘못되었습니다. 우
리말 성경에는 “능력으로 하나님의 아들로 선언된 분이다”라고 되어 있는데, ‘능력으로’라
는 말은 ‘선언되었다’ 또는 ‘등극했다’는 동사를 수식하는 부사구가 아니고 ‘하나님의 아들’
을 수식하는 형용사구입니다. 그래서 ‘능력 혹은 권세를 행사하는 하나님의 아들’로 선포
되었다는 말이 됩니다.
예수는 육신적으로는 다윗의 씨에서 태어난 분입니다. 그리고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셔
서 하나님의 대권을 대행하는 하나님의 아들로 선언된 분입니다. 하나님의 대권을 대행하
는 하나님의 아들은 다른 말로 하면, 바울이 부연하듯이 ‘주’(主)입니다. 하나님의 주권을
대행하시는 분이 주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윗의 씨’라는 말을 바울이 두
번 사용합니다. 한 번은 로마서 1:3, 또 한번은 로마서 15:12에서 사용합니다. 따라서 그들
은 로마서 전체를 감싸는 수미상관(首尾相關; inclusio) 구조를 만듭니다. 사실 로마서는 복
음을 기독론적으로 전개한다기보다는 칭의론적으로 혹은 구원론적으로 전개합니다. 그럼
에도 로마서는 ‘다윗의 씨’라는 말을 처음과 마지막에 두면서,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
도를 통한 구원이 ‘다윗의 씨’ 예수의 메시아적 구원의 사건임을 전제합니다. 그리하여 로
마서 전체에서 설명하는 그리스도의 구원이 예수가 메시아(‘다윗의 씨’)로서 성취한 종말
론적인 구원임을 밝히는 것입니다.
바울이 인용한 예루살렘 교회의 신앙고백은 실은 사무엘하 7:12~14에 나오는 ‘나단의 신
탁’에 근거한 신앙고백입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초대왕인 사울을 버리고 대신 다윗을
자기 백성 이스라엘을 통치할 왕으로 세우셨습니다. 다윗이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왕권
을 안정시키고 왕궁을 근사하게 짓고는 이어서 하나님의 집, 곧 성전을 지으려고 많은 준
비를 했습니다. 그때 하나님이 선지자 나단을 다윗에게 보내어 그가 직접 성전을 짓지 말
라고 말씀하시고, 대신 다윗의 수명이 다하면 그의 “씨를 일으켜 왕위에 앉혀 너의 집을 세
우겠고 그로 하여금 나를 위해 집을 짓게 하겠다”라고 약속하십니다. 하나님이 다윗의 ‘씨’
를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고 그의 ‘집’을 세우시겠다는 이 약속은 다윗 왕가/왕조를 세우시
겠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내가 그의 아비가 되고 그가 나의 아들이 될 것이다”라고 하시는데, 그것은 다윗
의 자손이 하나님을 대신하여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을 합법적으로 통치하는 자라는 의
미로, 하나님의 아들로 삼겠다는 말입니다. 이때 ‘아들’의 기본 의미는 상속자입니다. 하나
님의 대권을 상속받아 대행하는 자가 하나님의 아들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왕이 하나
님의 아들입니다. 이것은 언약의 하나님의 자기 백성 이스라엘에 대한 통치권을 대행하는
자라는 뜻입니다. 또한 “그로 하여금 나를 위해서 집을 짓게 하겠다”라고 하셨습니다. 여기
서 ‘집’은 하나님의 집, 성전을 말합니다. 이것이 다윗 왕조를 성립시키는, 요즘으로 말하자
면 정통성을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민주국가에서는 권력의 정통성이 다수의 국민 투표에
서 나옵니다. 그러나 하나님 백성의 공동체인 이스라엘의 신정 체제에서는 통치의 정통성
이 하나님의 임명에서 나옵니다. 하나님이 다윗 가문을 선택하여 그의 씨로 하여금 왕위에
앉게 하고 하나님의 통치를 대행하는 자로 삼으니, 그가 하나님의 아들인 것입니다.
이것이 솔로몬을 통해서 일단 성취됩니다. 하나님이 다윗의 씨 솔로몬을 다윗의 왕위에 앉
혀 다윗 왕가/왕조를 세우셨고, 솔로몬은 하나님의 집, 성전을 지었습니다. 그 뒤 다윗의 ‘
씨’, 자손이 이스라엘 왕의 대를 잇기 위해 왕위에 오를 때마다 가령 시편 2:7에서 보는 바
와 같이 나단의 신탁에 근거하여 “너는 나의 아들이다. 오늘 내가 너를 낳았다”라는 하나
님의 선언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윗의 후손들이 이스라엘의 왕으로, 하나님의 대권을 대
행하는 자로 등극한 것입니다. 예수의 세례 때 바로 시편 2:7이 하늘에서 울려 퍼진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