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칭의와 성화-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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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론이 사탄의 통치를 쳐부숨과 하나님의 의와 생명의 통치의 실현이라는 묵시적 틀을 가
지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즉, 칭의는 사탄의 죄와 죽음의 나라에서 구속되어 하나님의 의
와 생명의 나라로 이전됨을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로마서 전체(1:3~15:12)에서 바울은 ‘다윗의 씨’로 난 메시아, 부활로써 하나님의
아들로 선포된 예수 그리스도가 만유의 주로서 하나님의 통치를 대행하여 사탄의 죄와 죽
음의 통치를 쳐부수고 우리를 하나님 나라의 의로운 백성(의인) 되게 하여 하나님의 영광
과 생명을 얻게 할 것을 설명하고, 말미(16:20)에는 “화평을 가져오시는 하나님께서 사탄을
쳐부수어 자기 발아래 두시리라”라는 확신을 표시함으로써 그의 복음 강해를 마무리합니
다.
여기 ‘화평을 가져오시는’이라는 문구에서 ‘화평’은 개인의 심령 안에서 누리는 심리적 평
안이나 인간관계에서 갈등의 해소 등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온 우주적으로 온전한/원만
한 상태, 곧 ‘샬롬’을 말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죽은 자 가운데서 일으켜 자기 우편에 높
이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사탄의 세력들을 다 제거함으로써 온 우주에
하나님의 통치를 회복하여 온 우주에 하나님의 샬롬이 있게 한다는 말입니다. 고린도전서
15:23~28에서 피력한 사상과도 동일한 것입니다.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포는 하나님의 왕국과 사탄의 세력과의 우주적 영역에서의 투쟁이
라는 묵시적 틀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죄인들의 죄 용서와 하나님 나라로의
회복(하나님의 백성 됨/자녀 됨)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바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도 지금
살펴보는 바와 같이 하나님이 그의 아들을 통해 사탄의 죄와 죽음의 통치를 쳐부수고 그
의 의와 생명의 통치를 이루신다는 묵시적 큰 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바울은
사탄의 나라의 백성, 사탄의 종노릇했던 죄인들이 어떻게 죄를 용서받고 하나님과의 올바
른 관계로 회복되는가를 설명하는 칭의론이나 화해론 또는 입양론 등으로 복음을 선포하
여 인간론적, 구원론적 초점을 강조합니다. 그는 예수와 마찬가지로 우리 개개 죄인들의
구원을 하나님과 사탄의 대결, 선과 악의 우주적 스케일에서의 대결이라는 묵시적 큰 틀
안에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바울의 칭의의 복음은 하나님 나라와 사탄 나라의 대결
인 묵시문학적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구원에 관한 것으로서, 하나님 나라 복음의 한 구원
론적 표현입니다.
4) 사탄의 나라에서 하나님의 아들의 나라로의 전이: 구속, 죄 사함/칭의(골
1:13~14)
“그가 우리를 흑암의 권세에서 건져 내사 그의 사랑의 아들의 나라로 옮기셨으니 그 아
들 안에서 우리가 속량 곧 죄 사함을 얻었도다”(골 1:13~14).
골로새서 1:13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탄의] 흑암의 권세에서 건져 내서 그의 사랑하는
아들의 나라로 옮겼다”라고 합니다. 이곳에 ‘사랑의 아들의 나라’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하
나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가 현재 통치권을 대행하고 있으므로 ‘하나님 나라’가 ‘하나
님 아들의 나라’로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사탄의 나라에서 우리를 건져
내어 그의 사랑하는 아들의 나라로 옮겼으니 ‘주권의 전이’(Lordship transfer, Lordship
change)를 한 것이지요. 지금까지 사탄을 알게 모르게 왕으로 모시고 그의 뜻을 좇아 죄를
짓고 사망으로 품삯을 받으며(롬 6:23) 살던, 사탄의 죄와 죽음의 통치 아래 있던 우리를
하나님이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건져 내어 그분의 나라로 옮겼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