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월간사진 2017년 11월호 Monthly Photography Nov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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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최종_월간사진 2017-10-23 오후 4:23 페이지 2
[ 사진 평론가 진동선, 소니를 말하다 ]
사진 평론가가 이례적으로 카메라 광고에 등장했다. 광고 제의를 수락한 이유가 궁금하다. 터를 한 번 눌러보았다. 예상과는 달리 사진이 너무 잘 찍혔다. 어둠을 어루만지는 능력
소니와의 오랜 인연 때문이다. 처음 소니가 자사 카메라를 한국에 론칭했을 때 카메라를 이 뛰어나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덕분에 노출과 초점 같은 세속적인 요소들에서 벗어나
어떤 방식으로 한국 사진 문화에 정착시킬지 궁금했다. 카메라 기업의 양대 산맥이 견고 수도원을 촬영할 수 있었다. 다른 카메라를 가져갔다면 촬영을 포기했을 것이다.
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던 시기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소니 마케팅 <수도원 기행> 촬영 중 인상 깊은 장면이 있다면?
담당자가 내게 자문을 구했을 때 “미래에는 지금 같이 유명 사진가가 사용한다고 해서 카 스위스 루가노 성 아본디오(Sant. Abbondio) 성당에서 신부님을 만난 것. 신부님이 사
메라가 잘 팔리진 않을 것이다. 접근 방식을 달리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 모델이 되어준다고 해서 성당 안에 들어갔다. 신부님과 창문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 모
이후 소니가 선보인 마케팅 전략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사진가, 평론가, 연예인 등 다양 습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카메라를 확인해보니 딱 사진 세 장을 저장할 수 있는
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사람들을 마케팅에 활용했다. 전업 사진가는 물론 아마추어 사진 공간이 남아있었다. 이상하게도 무언가에 이끌리듯 셔터를 누르게 되더라. 어둠 속에서
가까지 자사 카메라에 매료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문화와 표현의 다양성을 존중 신부님의 뒷모습과 옆모습, 앞모습을 찍었다. 결과물을 보니 처음 그 느낌 그대로 표현돼
하고, 사진계의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도 읽을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소 있었다. 이 카메라가 아니었다면 빛과 어둠, 신부님을 함께 담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어둠
니가 전적으로 지원한 <경주현대사진캠프>를 들 수 있다.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사진을 속에서 스며 나오던 빛의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향한 열망을 응원하고, 또 열렬히 지원하는 것에서 감명을 받았다. 소니가 한국 사진 문 “35mm 단렌즈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의 눈에 가장 부합한 화각”이라고 말했
화에 기여한 것에 대한 고마움, 유일하게 다. 풀프레임에 35mm 렌즈를 사용하
평론가와 인연을 맺어준 것에 대한 고마 면, 사진 안에 너무 많은 정보가 담기
움을 어떻게 보답할까 고민하다가 광고 는 것이 아닌가?
제의를 수락하게 됐다. 50mm 렌즈가 인간 눈에 부합하다는 말
사진 평론가는 왠지 카메라 장비와 거리 “ 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수도원의 어둠은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일반적인 어둠과 다르다.
감이 있어 보인다. 왜 RX1RⅡ 모델이었 50mm 렌즈의 전성기는 제2차 세계대
어둠의 척도를 물리적으로 판단하는 게 불가능하다. 보일 듯하면서 안 보이는
다고 생각하나? 전 때라고 생각한다. 당시는 인물 표정에
그런 어둠이다. 신성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 느낌을 사진에 표현하고
사진 평론가를 시작하기 전 아마추어 사 서 인생의 희로애락이 드러나는 사진이
싶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너무 어두워 초점 맞출 곳이 없었던 것이다.
진가로 활동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최고라고 생각했던 시절이다. 인물이 중
있는 사실이다. 그러니 절대 장비를 등한 한참을 고민하다가 셔터를 한 번 눌러보았다. 예상과는 달리 사진이 심이 되어야만 했다. 50mm 렌즈가 안성
시하는 사진 평론가는 아니다. 지금도 사 너무 잘 찍혔다. 어둠을 어루만지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맞춤이었다. 프레임 안에 인물을 타이트
진 촬영을 열심히 하고 있다. 단, 전업 사 - 사진 평론가 진동선 하게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지
진가 활동은 지양하고 있다. 만약, 소니 금은 ‘스토리텔링’ 시대다. 당연히 첫 번
의 α9 광고였으면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 째는 ‘나’다. 하지만 오로지 나를 보여주
“
다. ‘빠른 속도’로 대변되는, 프레스 특화 기 보다는, 내가 어디에서 누구를 만났
바디 소니 α9은 내가 추구하는 사진과 고, 또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를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RX1RⅡ는 나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카메라 스펙만 보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 이러한 시대의 요구를 감안한다면 프레임 안에 여백의 미를 줄
면 확실히 최신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 오직 35mm 단렌즈 하나만 사용할 수 있는데다 수 있는 35mm 렌즈가 제격이다. 사람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 단, 28mm 렌즈
가, 동영상은 Full HD를 지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X1RⅡ에 매료된 이유는, 사진에 는 애매하다. 사진에서 사람의 비중이 너무 줄어든다. 게다가 신체 왜곡까지 발생한다.
사진가의 철학을 온전히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RX1RⅡ는 어떤 사진가와 좋은 궁합을 이룰까?
RX1RⅡ의 어떤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나? RX1RⅡ는 격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현존하는 렌즈 일체형 카메라 중 최고라고 생각한
어둠을 포착하는 능력. 그리고 그때 그 시간의 분위기에 맞춰 그 어둠을 묘사하는 능력. 다. 깊은 사유의 시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사진 공력이 있는 사람과 좋은 궁
RX1RⅡ로 <수도원 기행>을 촬영했다. 수도원의 어둠은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일반적인 합을 보일 것 같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아닌, 사진을 통해 얼마나 다양한 세상을 만나봤
어둠과 다르다. 어둠의 척도를 물리적으로 판단하는 게 불가능하다. 보일 듯하면서 안 보 는지가 우선시돼야 한다. 이 카메라는 35mm 렌즈 하나만 사용할 수 있다. 프레임 속에
이는 그런 어둠이다. 신성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 느낌을 사진에 표현하고 싶었다. 여백의 미를 제공하는 화각이다. 여기에는 사진가의 철학, 인물의 스토리 등이 담겨야 한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너무 어두워 초점 맞출 곳이 없었던 것이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셔 다. 사진을 갓 시작한 사람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