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월간사진 2018년 1월호 Monthly Photography Ja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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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8-103)포토토크-사진대담(6p)-최종수정_월간사진  2017-12-21  오전 6:59  페이지 099








                   박희자 : 체코에 어학연수 갔다가 아트스쿨에서 촬영
                   한 작업들로 최근 전시를 하고 있다. 내가 속한 상황,
                   주변의 이런저런 것들을 응시하고 거기에서 보이는 것
                   들을 기록했다. 입시학원 강의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서 연결해준 꿈그림학교 예술 강사 일도 하고 있다.


                   모두 ‘가르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먼저,
                   미국 대학의 사진학과 수업은 어떠했나?
                   조준태 : 사진을 시작하려고 할 때 “한국에서 작가를
                   하려면 작가 밑에서 8년은 일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
                   다. 게다가 “비전공자니까 몇 년이 더 걸릴지도 모른        한국과 해외에서 받은 교육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
                   다.”고 했다. 유학을 결심하게 된 이유다. 처음 미국 학     이라고 생각하나?
                   교에 갔는데 비싼 등록금에 비해 별로 해주는 것이 없        박희자 : 한국에선 교수가 방향을 잡아줬지만, 체코에
                   다고 느껴졌다. 선생님이 던져주는 걸 받아먹기만 하         선 교수가 내가 하는 것들에 대해 제지를 하거나 대단
                   는 한국식 교육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미국 선생님들         한 조언을 하지 않았다. 그땐 그게 불만이긴 했다. 한국
                   은 알아서 무언가를 찾아오길 원했다. 그리고 학생들         에선 어찌됐든 작업이 나오게끔 교수들이 이끌어준다.
                   은 그것을 갖고 토론을 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굉장히        그런데 체코에선 그런 것이 없으니 기말 전시를 안 하
                   불만스러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생각이 달라지         는 친구들도 있더라. 작업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
                   더라.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점점 내 것이 생기고 있다       긴 했는데, 한국과 해외의 교육 방식을 절충하면 더 효
                   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율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는 애들만 하고, 안
                                                        하는 애들은 안 한 채로 학기가 끝나버리니까.
                   그렇다면 미국에서 경험했던 방식을 현재 포트폴리오          원서용 : 한국 교육은 표면적이고 모든 것에 모범답안        그렇다면 기술과 이론, 무엇이 더 중요할까?
                   학원 수업에 적용하고 있나?                      이 있는 것 같다. 교수가 지도를 많이 하는 편이고, (포     윤호진 : 딱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이야기할 것은 아닌
                   조준태 : 너무 똑같이 하면 엄마들이 싫어한다. 기존에       토샵 같은)기술적인 수업이 많다. 영국에서 놀랐던 건        것 같다. 인문학적인 면도 필요하고, 최소한의 기술적
                   있는 그림이나 사진을 따라하는 게 미술 입시에서 가         테크니션이 별도로 있었다는 점이다. 수업 시간에 학         인 것도 함께 가야 한다. 학부에서 수학도 배웠고, 디자
                   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가이드         생들은 교수가 던져준 아이디어를 놓고 서로 이야기하         인 수업에서 페인팅도 했고, 영문학도 들었다.
                   를 제시하지만, “이거 그려. 못 그리면 대학 못 가.”라     면서 각자의 작업을 발전시킨다. 기술적인 면은 이야         박희자 : 학교 커리큘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술
                   는 말은 안 한다. 처음 학원에 오면 마인드맵부터 시킨       기하지 않는다. 작업에 필요한 기술적인 것들은 테크         대학 다닐 때 철학의 이해, 인문학의 이해 같은 교양이
                   다. 좋아하는 거, 싫어하는 거, 외로울 때, 즐거울 때 그    니션이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주체적인 생산         있었다. 교양 수업이라 심도 있게 배울 수 없었다는 것
                   런 것들을 떠올리고 그리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것을          자로 양성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당장은 표현 방식이         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교양 선생님들이 제시해줬
                   발견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하면 자기 자신이 무엇을        어설프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아이디어가 굉장히          던 책들이 지금까지도 도움이 된다.
                   하고 싶은지, 이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를 찾을 수        발전할 것 같은 가능성이 보인다. 한국은 학생으로서
                   있다. 문제는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굳       의 소속감을 강요하니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게         사진은 기술을 바탕으로 하지만, 국내 수업은 너무 기
                   이 학원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어려운 것 같다. 게다가 기술적인 면을 강조하니 정작        술적인 부분만 강조하는 것 같다.
                   기회가 어렸을 때부터 주어진다면 좋을 것 같다.           알맹이가 없는 듯한 아쉬움도 있다.                  원서용 : 기술을 강조하는 교육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주입식으로 교육 받은 아시아 작가들의 디테일한 면이
                                                        학교에서 작품 평가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원서용 : 영국에선 완벽하게 포토샵이 된 사진보다 조        조준태 : 국내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의 ACCD 역
                                                        금 어설프게 느껴지는 사진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예       시 기술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학교였다. 존 시스템을
                                                        를 들어, 한국에선 과제 프린트 할 때 DPI 이런 걸 더 중   공부할 때 교수가 계측장비를 갖고 다녔다. 어느 부분
                                                        요하게 여기는 반면, 영국에서는 모범답안이 없으니까         이 잘못되면 몇 점씩 감점을 했다. 게다가 매트를 자를
                                                        어떤 장비를 쓰든지 별 상관이 없었다. 어떤 내용을 어       때도 0.1mm 오차가 날 때마다 0.1점씩 감점했다. 그
                                                        떤 방식으로 표현하는지에 더 초점을 맞추는 듯했다.         래서인지 그 수업에서 A를 받는 학생들은 다 동양인이
                                                        박희자 : 대학 수업에서 함께 사진을 본다고 벽에 붙여       었다. 특히 한국 학생들이 우수했다. 그런데 동양 학생
                                                        놓았던 적이 있다. 그런데 초점 나간 사진, 프린트가 잘      들이 약한 게 스케일이었다. 학생 중에 좀비를 좋아하
                                                        못된 사진들이 있으면 이야기를 안 하더라. 한국식 수        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이 있었는데, 좀비 세트를 사다
                                                        업에서는 기술적인 면에서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하          가 마당에 설치하고, 특수효과(Visual FX) 팀을 불러
                                                        면 사진을 안 보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자기 친구들을 좀비로 분장시킨 뒤 이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기록을 하더라. 작업 스케일과 창의성 측면
                                                                                             에서 확실히 동양인들이 부족하단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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