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월간사진 2018년 1월호 Monthly Photography Ja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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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8-103)포토토크-사진대담(6p)-최종수정_월간사진  2017-12-21  오전 6:59  페이지 101













                                                                                             조준태 : 사진을 하나의 도구로 보고 스펙트럼을 넓히
                                                                                             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미국 SVA 진학할 때 사진
                                                                                             학과로 생각하고 지망했다. 그런데 막상 입학하고 보
                                                                                             니 사진만 하는 게 아니었다. 비디오도 했고, 퍼포먼스
                                                                                             도 했다. 학과 이름도 ‘Photography, Video and Rel-
                                                                                             ative Media’ 이런 식이었다. 초기엔 정말 가기 싫었
                                                                                             다. ACCD는 오직 ‘사진’이었으니까. 그런데 공부하다
                                                        업사진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있으니까. 미         보니까 그게 맞았다는 걸 깨달았다. 표현의 확장을 도
                                                        대에 편입하기도, 디자인대에 편입하기도 애매하다.          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사진만 해야 한다는
                                                        하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취업률이다. 취업률에 따라        것을 내려놓으면 된다.
                                                        지원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맹점은 작가 생활이
                                                        취업률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나은 사진과가 되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오찬석 : 험난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게 통폐       조준태 : 어렸을 때부터 열린 교육에 대한 훈련이 있었
                   오히려 많은 레퍼런스가 오히려 독이 된 적은 없나?         합 이야기가 나오면 예체능을 전부 공학이랑 엮는다.         으면 한다. 던지면 받아먹는 것이 아닌, 자기 스스로 먹
                   오찬석 : 교수님이 네이버에 검색해도 안 나오는 작가        ‘사이언스 아트’ 이런 방식이다. 공학을 키우긴 해야겠       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교육. 예전의 나도 그랬
                   들을 추천해줬다. 받아 적기 바쁠 정도였다. 문제는 학       고, 그렇다고 아트를 없앨 수도 없고, 통폐합은 해야 하      지만, 학생들이 자기 자신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주위
                   생들이 이 작가들의 작업을 카피하듯 찍어가도 아무런         고.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이다.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갈 수 있는
                   말을 안 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작업을 참고하고, 자기                                            환경이 갖춰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것으로 변형하는 것이 중요한데 말이다.                사진과는 어떤 방식으로 존립하는 게 좋을까?             원서용 : 우리나라는 수능으로 어떤 과를 들어가겠다
                   박희자 : 어떤 교수님은 레퍼런스를 너무 많이 줘서 나       오찬석 : 파인아트에 한정지어 이야기를 한다면, 매체        는 것이 아닌, 수능으로 나뉜 등급에 따라 전공을 선택
                   를 좌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도대체 어디까지 봐야 하        를 구분 짓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인 발상인 것 같다. 넓      하는 경향이 강하다. 후자의 방식으로 사진과에 들어
                   는 것인지 가늠을 못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데, 레       은 스펙트럼에서 사진을 선택하는 게 맞다. 우리나라         온 많은 학생들이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하거
                   퍼런스가 계속 제공되니까 다른 것들이 머리에 들어오         사진계는 유독 ‘사진계’라는 걸 강조하는 것 같다.         나 자퇴를 한다. 끝까지 남아 졸업을 해도 문제다. 먹고
                   지 않더라. 농담처럼 말하지만, 당시 우리학교 여학생        원서용 : 알게 모르게 미술계와 사진계가 분리돼 있다.       사는 것을 해결하려면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들은 모두 신디 셔먼이라고 했다. 너무 많은 레퍼런스        전시 준비할 때 누군가 미술 화랑에서 전시를 하라고         에너지 손실이다. 정말 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한 근본
                   도 문제다.                               조언해준 적이 있다. 그런데 그때 미술계에서 사진을         적인 교육 정책이 마련된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환영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갤러리 관장
                   사진과 통폐합이 커다란 이슈다. 사진과가 존립할 수         은 “사진은 아직 미술이 아니지”라는 말도 했다. 사진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을 도구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엔 동의한다. 다만, 상업
                   원서용 : 어느 순간부터 인터넷과 SNS를 통해 사진을       사진도 있으니 학과 자체는 남아있어야 하지 않을까.
                   찍고 공유하기 시작하니까 굳이 사진을 배울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앞에서 존 시스템을 언급하긴 했지
                   만, 지금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정리가 되는 시대 아
                   닌가. 그렇게 따지면 모든 학과가 다 그렇게 될 것 같
                   다. 사실 사진과는 작가 양성만을 위한 곳은 아니다. 상








                                    서양에선 가정환경과 교육환경 측면에서 ‘무엇이 맞고 틀리다’라는 말을
                                   쉽게 하지 않는 것 같다. 창의력을 길러주는 환경이랄까. 아이들을 방목한다.
                                어떤 틀에 맞추는 대신, 알아서 가라는 게 그들 생각인 것 같다. 부모들이 자녀들한테
                                    경제적인 지원도 잘 안 해주니까 학생들의 생존 열망도 더 뜨거운 것 같다.
                                                         - 조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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