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월간사진 2018년 1월호 Monthly Photography Ja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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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말말_최종_월간사진 2017-12-20 오전 11:26 페이지 3
신진 작가 발굴에 대한 사명감, 꼭 가져야 할까?
많은 미술계 관계자들이 앞으로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정말일까?
의견1) 모두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진(젊은) 작가가 잘 성장
하는 것이 미술계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지만, 큐레이터 성향 상 다른 지점
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큐레이터는 아무래도 신진(젊은) 작가에게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 큐레이터에게 신진(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관심을 가지라는 것
은 또 다른 의미의 폭력일 수 있다. 대안공간에서 일하고 있는 기획자들에게 왜
근현대미술 작가들에게 관심이 없냐고 물어볼 수 없지 않은가.
의견2) 대부분의 상업 갤러리는 신진 작가에 대한 관심이나 사명감과는 거리가
먼 게 현실이다. 그들은 작가를 키우는 것보다 ‘판매’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 20~30대 작가들이 계속 작업을 한다는 보장도 없다. 작업
을 구매했는데 시간이 흘러 종잇조각이 된다면,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할까. 어
느 정도 영향력 있는 40대 이상 작가들의 작업에 집중하는 게 안전하다고 본다.
‘작가의 개성’과 ‘현대미술의 문법’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작가 작업이 현대미술계 안에서 주목 받을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다.
현대미술 문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이
‘인기 있을 작품’을 의미하진 않는다. 미술은 항상 그 학연은 허상일까, 실제일까?
시대를 반영한다. 그리고 그 시대에는 그 시대에 맞
어디에서나 학연은 존재한다. 서로 끌어주고 밀어준다. 사진계를
는 언어라는 것이 존재한다. 동시대 미술의 여러 문
비롯한 미술 현장에서도 그런 학연이 당연시되어야 할까.
법들은 동시대 정신을 충실히 담아내는 것이다.
현장에 있다 보면 여러 가지 잘못된 점들을 몸소 느끼게 된다. ‘학
연’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서울
대, 홍대, 한예종 카르텔이 있다. 그런데 그 카르텔이라는 것이 서
로 밀어주고 당겨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프닝 뒤풀이에 가면 자연스럽게
선배, 후배 무리가 이뤄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렇게 그들끼리 어
울리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데, 그 대학을 나오지 못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소외되게 된다. 큐레이터 세계도 마찬가지다.
큐레이터는 작가에게 어느 정도까지 조언해야 할까?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이다.
가능성 측면에서, 이 작업은 ‘아니다’라고 판단했을 때 큐레이터는 가이드라
인을 제시하는 편일까 아니면 방임하는 편일까?
작품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는 편이 옳다. 신진(젊은) 작가들의 가장 큰 잘
못된 판단 중 하나는 작가가 오롯이 존재하는 그 무엇이라고 생각한다는 점
이다. 하지만 작가의 생각은 혼자 방에 틀어박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
람들과 만나고, 교류하고, 책도 읽고, 일도 하면서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큐레
이터로서 충분히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일종의
교류다. 단! 큐레이터가 어떤 것을 제안했을 때 작가가 무조건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큐레이터가 법은 아니다. 작가가 듣고 선택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