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월간사진 2018년 1월호 Monthly Photography Ja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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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 열 명을 모아도 한국적인 게 보이지 않더라. 스펙트럼이 넓어지려면, 학교 구성원
서로가 노력을 해야 한다. 영국에 있을 때 내 작업 아이디어가 실현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니,
교수는 오히려 너무 흥미로운 아이디어라며 이것저것 조언을 해주더라. 한 시간 동안
신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학생의 사소한 생각까지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 원서용-
““
예술을 많이 접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특별히 가르
치는 곳도 없고. 그러니 흔히 말하는 클래식 미술의 논
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이해를 못하고 좋아하지 않는
다. “그림 못 그리는데 미대 갈 수 있나요?”라고 묻는
학부형들이 많다. 잘 따라 그리는 그림을 잘 그린 그림
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너무 흥미로운 아이디어라며 이것저것 조언을 해주더
어떤 매체로 표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라. 한 시간 동안 신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학생의 사
소한 생각까지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유형학적 형식으로 ‘소통의 부 예술 시장의 순환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기초 교육
재’를 말하는 작업이 많았고, 최근에는 스냅이 대세다. 이 밑거름 돼야한다. 작가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
박희자 : 2000년대 초에 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공 다. 고등학교 미술 시험 때 ‘다음 중 피카소 그림이 아
감할 거다. 신디 셔먼처럼 자기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닌 것은?’이란 문제를 보고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예
인식이 강했다. 사실 우리 자체가 현대화 된지가 얼마 술을 인식하고 즐기는데 있어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박희자 : 대중의 수준을 낮게 보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되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 가는 게 익 문제다. 차라리 작가의 삶을 보고, 작업 세계를 공부하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지만, <팬텀싱어>를 보며 음악
숙하지 않다. 작품을 평가하는 대중의 시선도 ‘잘 그렸 는 게 더 낫다. 이 좋다고 말하지 않는가. 비슷한 맥락이다.
네, 못 그렸네’에 고정되어 있는 것 같다.
원서용 : 몽환적 사진, 인스타그램용 사진이 유행이긴 여기 모인 작가들은 요즘 트렌드와는 거리가 먼 작업 관객들과 접점을 찾기 위해 했던 노력이 있나?
하다. 학교 구성원들이 서로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태 을 하고 있다. 관객들이 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 원서용 : 작가와의 대화에 자주 참여한다. 참가자들로
인데, 그거라도 따라가는 게 다행이다. 라이언 맥긴리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부터 예상하지 못했던 피드백이 올 때 보람을 느낀다.
가 큰 역할을 했다. 자기를 표현하고, 누드로 자유롭게 원서용 :보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 아닐까. 알면 알수록 단, 준비된 비판은 감사하지만 막연한 비난은 지양해
뛰어다니는 게 공감을 얻으니까. 소통, 청춘, 해방을 외 재미있으니, 작가들 기존 작업들도 보고, 관련 글도 읽 주었으면 한다. 잡지 인터뷰를 통해 작업을 소개하는
치는 사회적 분위기와 잘 맞았던 것 같다. 어본다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엔 홍상수 감독 영 것도 또 다른 방법이다. 처음엔 부모님께서 내 작업을
화가 재미없었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리뷰 찾아보 잘 이해하지 못하셨는데, 궁금하셨는지 잡지를 읽고
작가 입장에선 국내 사진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게 고, 감독 연구하면서 영화를 보니까 너무 재밌더라. 공부하시더라. 이제는 “난 이게 좋은데 이건 왜 그러
더 좋지 않나? 조준태 : 작가들은 작업에 여러 장치들을 배치한다. 사 냐?”라는 말씀도 해주신다.
원서용 : 영국에서 공부할 때 보면 유독 한국 학생들만 소해 보이겠지만, 보케 하나 날아가는 것까지 신경 쓴 조준태 :대학교 때 샬럿 코튼 앞에서 작가 리서치를 발
정체성이 없더라. 분명 각자의 개성은 확실한데 말이 다. 작가들은 ‘이런 장치들을 찾아주십쇼’ 하는 거다. 표했는데, 엄청 혼났던 적이 있다. 이 작가는 상업사진
다. 중국은 중국대로, 일본은 일본대로 각자의 스타일 하는 사람이지, 예술가가 아니라는 게 그 이유였다. 나
이 있었지만, 한국사람 열 명을 모아도 한국적인 게 보 특정 대상만을 위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는 존경하던 사람이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너무 화
이지 않았다. 스펙트럼이 넓어지려면, 학교 구성원 서 원서용 : 예술이란 게 철학, 인문학 등의 총체 아닌가. 가 났다. 그런데 샬럿 코튼이 “상업사진은 관객들이 원
로가 노력을 해야 한다. 영국에 있을 때 내 작업 아이디 베이스가 없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하는 것을 이해시키고 답을 주는 것이지만, 예술은 관
어가 실현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니, 교수는 오히려 오찬석 : 대중과 맞닿아 있는 예술 분야는 따로 있다고 객들이 항상 질문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생각한다. 굳이 파인아트를 지향하는 작가들이 대중에 또한, 시몬 아티(Shimon Attie)는 내 작업을 보더니
맞출 필요는 없다. 대중들도 아는 만큼 즐기면 된다. “너무 직설적이다.”라는 평가를 했다. 요는 작업과 관
객 사이에 공간이 없어 독자들이 뛰어다닐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 작가들의 역할은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닌, 생각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