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월간사진 2018년 1월호 Monthly Photography Ja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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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8-103)포토토크-사진대담(6p)-최종수정_월간사진  2017-12-21  오전 6:59  페이지 100













                                                                                   “


                                                             한국에선 교수가 방향을 잡아줬지만, 체코에선 교수가 내가 하는 것들에 대해
                                                                제지를 하거나 대단한 조언을 하지 않았다. 그땐 그게 불만이긴 했다.
                                                        한국에선 어찌됐든 작업이 나오게끔 교수들이 이끌어준다. 그런데 체코에선 그런 것이 없으니
                                                                기말 전시를 안 하는 친구들도 있더라. 작업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긴 했는데, 한국과 해외의 교육 방식을 절충하면 더 효율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박희자-  “










                이러한 동양과 서양 학생들이 차이는 어디에서 온다고
                생각하는가?
                조준태 : 서양에선 가정환경과 교육환경 측면에서 ‘무
                엇이 맞고 틀리다’라는 말을 쉽게 하지 않는 것 같다.
                창의력을 길러주는 환경이랄까. 아이들을 방목한다.
                어떤 틀에 맞추는 대신, 알아서 가라는 게 그들 생각인
                듯 하다. 부모들이 자녀들한테 경제적인 지원도 잘 안        국내 사진과 수업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해주니까 학생들의 생존 열망도 더 뜨거운 것 같다.         오찬석 : 작업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의
                원서용 : 누구나 타지에 나가면 외로움을 느끼지 않나.       가치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 대학의 사진과          그렇다면 절대평가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있을까?
                동양 학생을 보면 대부분이 작업 계획서에 외로움이라         수업에서는 무작정 작업만 만들어오라고 하는 것 같          원서용 : 개인적으로 절대평가를 선호한다. 남들보다
                는 주제를 적어낸다. 우리는 기술적인 측면이 강하니         다. 작품에 대한 비평을 할 때도 원론적인 이야기를 배       조금 부족하다고 등급이 떨어지는 건 잘못된 것이다.
                까 여기에 재미있는 사상을 결합한다면 좋은 작업이          제한 채 결과물만 놓고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점이 있다. 학점이 취업과 연계된다는 것
                탄생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조준태 :내가 봤을 땐 인터넷이 문제다. 졸업 전시회를       이다. 수능 점수 기준으로 1등급 학교에서 60점을 받
                날 한 교수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양 학생들은        보면 인터넷으로 작가들 작업을 카피한 것들이 종종          은 학생과, 3등급 학교에서 100점을 받은 학생이 있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고 말하더라. 그 말을 들       눈에 띈다. 죄다 건물 찍어서 지우고 있다. 내용이 없       다고 가정해보자. 절대평가로만 보면 분명 후자가 취
                으니 다른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 가        다. 셀프 작업도 많이 하는데, 뭔가 멋스러워 보이는 장      업에 더 유리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출발선이 다
                는 공원을 유토피아적인 시선으로 촬영했다. 나름대로         치들을 우선시한다는 느낌이 든다. 또 다른 문제는 수        르다는 것. 입학할 때 월등한 차이가 있는데, 이것이 형
                결과물이 잘 나왔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작업을 세미         업에서 토론이 안 된다는 것. 튀면 밟으려고 하고, 질문      평성에 맞다고 생각하는 건 무리가 있다.
                나에서 발표했더니, 학생들이 너무나 현실적인 질문들         하면 ‘왜 저래’라는 반응이 돌아오니까. 물론, 미국도
                을 내게 던지는 것이 아닌가. 왜 이 공원이 네게 유토피      수업 끝나기 5분 전에 질문하면 싫어한다. 활발하게         학부 시절, 동시대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의 작
                아인지, 토마스 무어의 <유토피아>를 읽어봤는지 등을        내 의견을 말해야 정체성이 생기는 것 아닐까. 사진과        업을 참고해보라는 조언을 들어본 적이 드물다. 그게
                물었다. 문제는 나를 제외한 학생들 모두가 그 책을 읽       가 상대평가인 것도 문제다. 미국에서 상대평가에 관         꼭 필요한데도 말이다.
                었다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기술적으로만 작업을         한 리포트를 제출했는데, 교수가 이해를 못하더라. 남        박희자, 원서용, 조준태 : 우리는 아니다. 레퍼런스를
                만들어가니까 일단 신기해하긴 했는데, 나중엔 ‘쟤는         들보다 잘해야 A를 주는 시스템이 아니니까. 작업하는        엄청 제공받았다.
                뭔가 잘 모르는 애구나’ 라는 취급을 받았던 것 같다.       의미가 나를 표현하는 것이 아닌, 남을 이기기 위한 수       조준태 : 미국에 있을 때 특별히 사진가만 적혀 있는 레
                                                     단처럼 보일 때가 있다.                        퍼런스를 제공받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예술을 커다란
                                                                                          개념으로 봐서 그런 것이 아닐까. 페인터, 퍼포머 등의
                                                                                          작품을 참고하니까 내 생각의 폭도 넓어졌다.
                                                                                          윤호진 : 되레 학생들에게서 영향을 더 받은 것 같다.
                                                                                          내가 알지 못하는 문학부터 영화까지 다루니까 뒤떨어
                                                                                          지는 느낌이었다. 처음엔 따라가는 게 힘들었지만, 이
                                                                                          를 만회하려고 엄청 노력했다. 사진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작가들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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