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월간사진 2018년 1월호 Monthly Photography Ja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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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8-103)포토토크-사진대담(6p)-최종수정_월간사진  2017-12-21  오전 6:59  페이지 102









                 신진 작가의 삶

                젊은 작가의 기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윤호진 : ‘젊은 작가’라는 말보다는 ‘신진 작가’라는 표
                현이 보다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하다가, 혹은
                일을 하다가 40세가 넘어서 작업을 시작할 수도 있지
                않은가. 나이가 기준이 되는 것은 모순이다. 개인전 횟
                수가 더 나은 기준법 아닐까.                     조준태 : 미국 SVA에도 멘토링 시스템이 있다. 원하는
                조준태 : 신진 작가의 기준은 개인전 2회가 괜찮을 것       작가와 매칭을 시켜주기도 하고, 작가 작업실에 방문
                같다. 3회는 관록이 있어 보인다. 같은 개인전 2회 이      해 작업을 보고 조언을 듣는 프로그램이다. 내 멘토는
                하 조건이라도, 대학생과 인생 경험이 있는 사람 사이        데이비드 레빈탈(David Levinthal)과 엘리노어 카루
                에는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                      치(Elinor Carucci)였다. 책에서만 보던 작가들이 눈앞  까 되는 사람이 계속 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공모전
                                                     에서 내 작업에 대해 이야기해준 게 인상적이었다. 작        에 잘 선정되던 작가가 내 지원서를 보고 지적한 것이
                신진 작가를 어떻게 지원해야 할까?                  가 생활을 하는 데 큰 자산이 됐다.                 있다. 주관적인 것을 배제하고, 최대한 객관적이고 정
                조준태 : 가장 큰문제는 자금이다. 돈을 지원해주고 알       원서용 : 영국 포토그래퍼스 갤러리(The Photogra-    중하게, 그러면서 절실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예
                아서 쓰는 방식보다는, 디테일하게 도움을 주는 것이         phers’ Gallery)에서 진행했던 멘토링 프로그램에 선   를 들어, ‘이 공간이 좋아서 내 작업을 잘 표현할 수 있
                더 낫다고 생각한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정된 적이 있다. 사진 비평가 데이비드 캠퍼니(David      을 것 같다’라는 표현은 피하는 게 좋다.
                것이 갤러리를 대관하는 일 아닌가. 작가에게 도움이         Campany)가 멘토였다.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아
                될 수 있는, 기관과 연결된 갤러리를 추천해준다면 좋        쉽긴 했지만, 그가 나를 학생이 아닌 작가로 인정하고        작가의 기구한 스토리가 담겨야 좋은 작업일까?
                겠다. 프린트, 액자 업체도 기관과 연결돼 있다면 좋을       이야기를 해준 게 기억에 남는다.                   박희자 : 작가들 스토리가 작업 감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홍보 또한 중요하다. 신진 작가는 홍보할 수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작업을 시작할 때 고민이 많았
                있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한 적이 있나.            다. 내가 너무 평범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딱히 힘
                박희자 : 역시 금전적인 지원이 우선시돼야 한다. 투명       박희자 : 2013년도에는 아트 허브에 나온 웬만한 공       든 일도 없었고, 부자는 아니었지만 가난한 적도 없었
                한 영수증 처리는 필수다. 멘토링 프로그램도 있었으         모는 다 지원했던 것 같다. 하도 지원을 하다 보니 이제      고. 그래서 개인사 대신 주변 환경을 면밀히 관찰했던
                면 한다. 작가 생활에 있어 자산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는 보는 눈이 생겼다. 냉정하게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        것 같다.
                                                     되면 지원하지 않는다.                         오찬석 : 예술가는 가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
                멘토링 프로그램이 어떻게 도움이 될까?                원서용 : 영국에서 공모한 건 다 됐는데, 이상하게 한국      지만, 가난하기 때문에 나오는 좋은 작품은 있다고 생
                박희자 : 아르코 신진작가 워크숍에 참여한 적이 있다.       에선 하나도 안 됐다. 항상 예비로 떨어졌다. 보는 시각      각한다. 사실 작업이란 게 작품만 놓고 이야기하는 건
                한 명의 멘토와 다섯 명의 멘티가 한 팀을 이뤘다. 아르      도 다르고, 견해 차이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선정된       아니지 않나. 분명 그 사람만이 가진 스토리에서 나오
                코가 제공하는 미술 수업을 함께 듣고, 작업 이야기를        사람을 보면 늘 절실한 사람이 되더라.                는 힘이 있다. 같은 작업을 보여주더라도 기구한 스토
                나눴다. 워크숍이 끝난 뒤 전시가 있을 때마다 전시장                                             리를 가진 인물의 작업이 좋아 보이는 건 이런 연유 때
                에 찾아가 서로 응원해주고 있다. 큰 힘이 된다.          공모전에서 될 법한, 가능성이 높은 형식이 있을까?         문 아닐까.
                                                     원서용 : 작업 형식보다는 지원서 쓰는 방법이 더 중요
                                                     한 것 같다. 나랏돈을 주는데 명분이 서야 하니까. 공모      우리나라에서 유독 사랑받는 사진 트렌드가 있는 것
                                                     요강의 핵심을 잘 파악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그러니         같다. 졸업전시회에 가면 학교 구분 없이 비슷한 작품
                                                                                          들이 너무 많다.
                                                                                          조준태 : 한국은 ‘이게 재미있네’라는 반응보다, ‘잘 찍
                                                                                          었다. 멋있다’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동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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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작가’라는 말보다는 ‘신진 작가’라는 표현이 보다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하다가, 혹은 일을 하다가 40세가 넘어서 작업을 시작할 수도 있지 않은가.
                                                            나이가 기준이 되는 것은 모순이다. 개인전 횟수가 더 나은 기준법 아닐까.
                                                                                  - 윤호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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