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월간사진 2017년 1월호 Monthly Photography Jan 2017
P. 53

(094-109)리포트-보도 사진(16p)-최종수정_OK_월간사진  2016-12-22  오후 2:17  페이지 095











                                                               특종 사진의 힘

                                                                      고운호
































                                                                              팔짱 낀 채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 ⓒ고운호 , 사진제공 조선일보

                   2016년 11월 7일, 한 장의 보도 사진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엄청난 사회적     # 선배들의 조언  사진이 보도되고 생각했던 것 이상의 반응이 일어났다. 그 정도로 격한
                   파장을 일으킨 사진을 촬영한 주인공은 당시 조선일보 객원기자 고운호였다. 젊은 사진          반응을 받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타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고, 특종 취재
                   기자가 포착한 이 한 장의 사진은 감춰져 있던 권력의 이면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고, 동      기까지 작성했다.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자 선배들이 조언을 해주었다. “어린 나이에 특
                   시에 보도사진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했다.                      종을 했을 경우 자만하거나 태도가 느슨해질 수 있다.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겸손하되
                                                                           치열한 마음으로 현장에 임해라.”는 말을 깊이 새겼다.

                   # 운명적 순간 사진부 부장이 뻗치기(무작정 기다리기) 취재를 지시했다. 피의자 신분으        # 보도 사진가를 꿈꾸다  한국일보 고명진 기자가 촬영한 ‘ 아! 나의 조국이여’란 사진을 보
                   로 출두했음에도 불구하고 질문하는 여기자를 매서운 눈으로 째려본 우병우가 검찰 조           고 보도 사진가를 꿈꿨다. 6월 항쟁 당시 태극기를 뒤로하고 두 팔을 벌린 채 달려오는 청
                   사실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사진부 부장의 판단에서 내려          년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그 사진을 처음 봤을 때 가슴 속에서 벅차오름을 느꼈다. 보도
                   진 결정이었다. 취재가 결정된 직후, 사회부 법조 출입기자로부터 우병우가 서울중앙지          사진의 중심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물의 표정과 포즈가 많은 것을 내포한다.
                   검 11층 조사실에 머물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리고 바로 촬영 경험이 풍부한 선
                   배로부터 장비를 지원받았다. 촬영 장소로 낙점된 오퓨런스 빌딩에 도착한 것은 오후 8         # 종이 신문의 힘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더 자주 뉴스를 접한다. 인터넷 기사는 바다와 같
                   시 30분 경. 캐논 1DX 카메라에 600mm 망원 렌즈, 거기에 2배율 털레컨버터를 끼우고    다. 쉽게 흘러가버린다. 하지만 종이 신문의 힘은 여전히 강력하다. 지면에 남겨진 사진
                   촬영 준비를 마쳤다. 우병우의 모습을 처음 카메라에 담은 것은 8시 50분 경, 사람의 움      이 역사에 더 오래 남는 법이다. 내가 촬영한 사진이 지면에 사용되었을 때 얻는 보람과
                   직임이 감지된 것을 느끼고 셔터를 눌렀다. 마감을 목전에 둔 9시 25분 경, 우병우가 웃      쾌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음을 띤 채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을 찍었다. 그 후로도 새벽 1시까지 약 5시간 동안 빌딩
                   옥상에 머물며 총 900여 장의 사진을 촬영했다.                             # 기획 취재의 중요성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중단되었지만, 탈북대안학교
                                                                           취재를 틈틈이 하고 있었다. 북한 출신 탈북 학생들에 비해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
                   # 특종의 탄생  뷰파인더를 통해 우병우를 발견한 순간, 정말 그 장소에 있다는 사실이 믿      지 않은 중국 출생 탈북 학생들의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지면
                   기지 않았다. 그 후 수많은 창문 중 그곳만 노리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카메라에서 눈을 떼       을 통해 빛을 보기가 쉽지 않다. 어설프게 준비해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지 않았다.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에는 우병우가 어떤 표정과 태도를 하고 있는지 정확히        잘 알고 있다. 바쁜 스케줄이지만 개인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
                   몰랐다. 촬영 후 이미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병우의 태도를 통해 권력의 힘이 느껴졌
                   다. 영화 혹은 소설 속에서나 봄직한 일이 내 눈앞에서 일어났음에 경악했다. 마감 시간        # 추구하는 보도 사진  설명적인 사진이 아닌 감정을 자극하는 사진, 보는 즉시 분노 혹은
                   을 바로 코앞에 두고 현장에서 2컷을 선택해 송고했다. 다행이도 사진을 확인한 데스크         기쁨 등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을 찍고 싶다. 감정을 잘 포착한 사진이 좋은 보도사진이
                   와 선배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데스크의 기획력과 정보력, 선배들의 도움 덕분에 완성된         라면 좋은 사진기자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그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이었다.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