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월간사진 2017년 1월호 Monthly Photography Jan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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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4-109)리포트-보도 사진(16p)-최종수정_OK_월간사진  2016-12-22  오후 2:17  페이지 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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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보도사진의 오늘



                                    한겨레신문, 중앙일보, 조선일보, 경향 신문 등 서로 다른 매체에서 활동하는 보도 사진가 8인을 만났다.
                                              보도사진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통해 한국 보도 사진의 현재를 돌아본다.
                                                               에디터 | 김민정 · 디자인 | 김혜미




                               2015년 가을,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3세)가 터키 해변에     힘을 잃었다. 반세기 전, 사람들은 이미 보도사진의 위기에 대해
                               서 익사체로 발견된 사진이 보도되면서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        이야기했다. 그 후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도래했고 누구나 쉽게
                               다. 이 한 장의 사진은 난민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사진을 찍고 특종을 터트릴 수 있는 환경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잔인한 사진을       2017년, 한국 보도사진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특종 사진
                               가감 없이 보도한 언론사에 비난이 쏟아졌다. 대부분의 언론사        하나로 전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된 젊은 사진기자 고운호, 보도
                               가 쿠르디의 시신을 옮기고 있는 경찰 모습을 보도한 데 반해, 독     사진가로 바쁘게 활동하면서도 사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끈을
                               일의 언론사 <Bild>는 쿠르디의 시신에 포커스를 맞춘 사진을 게    놓지 않는 모임 ‘구경꾼’, 보도사진의 다양성에 대해 강조하는
                               재했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Bild>는 2015년    2016년 ‘일우 사진상’ 보도사진 부문 수상자 김성룡의 시선을
                               9월 9일 자에 단 하나의 이미지도 싣지 않은, 텍스트만으로 채워     통해 한국 보도사진의 오늘을 되짚어본다.
                               진 신문을 발행했다. 보도사진이 갖는 힘이 얼마나 큰 지에 대해
                               역설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편집국장 줄리안
                               라이헬트는 “이번 편집은 사진의 위력에 대한 헌사다. 사진이 없      선배 보도 사진가들이 말하다
                               으면 세계는 더욱 무지해지며 약자는 길을 잃고 보이지 않는 존       “생생한 사진만이 좋은 사진인 줄 알고 남의 불행이나 슬픔마저
                               재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무법자처럼 차갑게 찍었고, 어쩌면 그것을 즐겨 왔던 것이 아닐
                               대한민국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부유하고 있다. 각종        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사진을 시작한다면 쓸데없는 편견을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뉴스는 평소 정치사회 문제에        버리고, 고통 받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 주며 사진을 찍는 여유
                               큰 관심을 두지 않던 이들까지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       를 가지고 싶다.” <그때 그 사진 한 장> 中 사진가 전민조
                               었다. 이런 와중에 최근 한국에서도 보도사진의 힘에 대해 다시
                               금 생각하게 한 사진이 등장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사진기자는 신문에 쓸 뉴스 사진을 촬영하기 위하여 일한다. 그
                               받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피의자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당당        러나 나는 사진기자이면서 사진가라는 점을 늘 기억했다. 그것
                               한 태도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사진이 공개된 것. 이 한 장의     이 1993년 <판문점>, 1994년 <광주 그 날>, 2002년 <대통령이
                               사진이 온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음은 자명하다. 존 버거는 <      뭐길래>사진집의 기반이 되었다. 사진기자이기 때문에 목격할
                               사진의 이해>에서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을 불러낸다’고       수 있는 역사의 현장을 사진가로서 좀 더 심도 있게 보여주고 싶
                               말했다. 또한 ‘사진은 거기에 기록된 순간이 일반적으로 받아들       었다.” <시대의 기억> 中 김녕만
                               여질 수 있는 진실의 몫을 담고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 그 진
                               실이란 사진 안에 실재하는 것에 대해서만큼이나, 거기에 부재        “사진기자에서 은퇴한 나는 요즘도 종종 부마항쟁, 광주항쟁, 6
                               하는 것에 대해서도 무언가를 밝혀 준다’고 강조했다. 세상 사람      월항쟁의 환청을 듣는다. 시위대의 함성소리 그리고 작열하는
                               들은 찰나의 순간 기록된 우병우의 모습이 담긴 한 장의 사진을       최루탄, 총소리와 비명 소리…. 오늘 우리가 누리는 번영과 자유
                               통해 추악한 권력의 이면을 읽었고, 분개할 수밖에 없었다.         속에는 젊은 나이에 숨져간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다. 사진이 그
                               20세기 초 보도사진은 황금기를 맞았다. <LIFE>, <Look>, <Vu>,  들의 숭고한 희생을 각인해 주어서 무엇보다 다행이다.” <서울발
                               <Illustrated> 등의 매체들은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독자층을 갖  사진종합> 中 정태원
                               고 있었지만 텔레비전 보급이 이루어지면서 종이 매체는 점차








                                            고운호                      김성룡                            구경꾼
                                            (조선일보 사진기자)              (중앙일보 사진기자)                    (사진기자 모임)


                                                                     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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