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월간사진 2017년 1월호 Monthly Photography Jan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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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093)컬럼_ok_월간사진  2016-12-27  오후 1:51  페이지 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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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시스턴트의 부당대우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역시 한 목소리로 “절대 안 될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필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지금의 시스템을 바꿀 생각이 없고, 어시스턴트들도 소신 있게 말하면
                                            자신에게 피해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몸을 사리게 된다.”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었다.



                                                                           “



                  너희들이 겪는 거, 나도 예전에 똑같이 겪었어

                  어시스턴트들은 하나 같이 똑같은 말을 했다. “일반 기업에서 주는 야근수당, 거기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일을 시키려면 최소한의 생활은 할 수 있을 정도의 임금을 주든지, 임
                  금을 적게 줄 거면 최소한의 휴식은 보장해줬으면 한다. 그리고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줬
                  으면 한다.”고. 어시스턴트의 부당대우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역
                  시 한 목소리로 “절대 안 될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필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지
                  금의 시스템을 바꿀 생각이 없고, 어시스턴트들도 소신 있게 말하면 자신에게 피해가 올                       case 5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몸을 사리게 된다.”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었다.
                                                                                        어느 날 급여 통장을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어시스턴트들은 “임금이 적더라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진가 밑에서 일을 배우고 싶다.”
                                                                                        돈이 입금돼 있었다. 월급이 올랐나?하며 의아해
                  고 말한다. 언젠가는 자신도 저렇게 될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안고 하루를 버틴다고.
                                                                                        하고 있었는데, 얼마 안 있어 스튜디오 경리팀장
                  물론 그들을 고용하는 몇몇 사진가들은 “요즘 애들은 개념이 없다. 근성과 열정이 없어
                                                                                        이 내게 와서 이런 말을 했다. “입금된 돈 중 얼마
                  한두 달  하면 힘들다고 일을 그만둔다. 그런 상황에서 고용·퇴직 신고를 자주 하는 것은
                                                                                        의 돈을 현금을 돌려 달라.”고 말이다. 차액을 돌
                  사업체에도 부담이 된다.”고 말한다. 소위 말하는 ‘요즘 애들’,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어                    려주니 결국엔 원래 받던 임금만이 통장에 남아
                  협업에 익숙지 않다’는 말도 어느 정도 공감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처음 사회에                      있었다. 그땐 사회 초년생이라 그것이 무슨 의미
                  발을 내디딘다면 누구나 우왕좌왕하지 않는가.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인지 몰라서 아무 생각 없이 그 말을 따랐던 것으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이다.                                            로 기억한다.
                  어시스턴트들이 개념이 없어서 사진가들이 그런 대우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어
                  시스턴트 대우를 제대로 안 해줘서 그들이 개념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인지, 어느 쪽이 먼
                  저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건 ‘인식의 개선’이다. 비록 이것이 이                    case 6
                  런 문제에 늘 등장하는, 불합리한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공허한 외침’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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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그랬으니 너희도 똑같이 겪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사람의 꿈을 담보 삼아
                                                                                        장과 체크카드를 만들어 오라.”는 말을 들었다.
                  장난치는 일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금 고생하고 있는 어시스턴트들도 자신들이                       사람을 쓰면 법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돈이 있어
                  사진가가 되었을 때 이런 악습을 뿌리 뽑겠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가져야 한다. 노동을 하                      곤란하니, 자신에게 통장을 건네주면 알아서 입
                  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역시 당연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출금 처리를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쪽 업계
                  어시스턴트와 사진가들을 만나면서 자주 접한 말이 ‘불이익’이다. 그 ‘불이익’이란 것의                      에선 통상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나와
                  실체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모두가 ‘불이익’을 당할까봐 선뜻 말하기가 꺼려                       상관없이 은행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통장만 봐
                  진다고 했다. 불현듯 작금의 국정농단 사태가 떠올랐다. 과거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권                       선 이상할 게 전혀 없었다. 모든 거래가 내 이름으
                  력의 횡포, 분명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불이익’이 무서워 모두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의아했지만 괜히 불편해
                  태도, 그리고 누구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말 한 마디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비선실                     질 것 같아서 꼬치꼬치 묻지 않았다.
                  세가 존재하는 것까지, 모두가 어시스턴트 부당대우 문제와 닮았다. 필드가 작은 대한민
                  국처럼 느껴지는 것은 분명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견고할 것만 같았던 권력의 카르텔에도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꾸준한 참여 덕분일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지난 몇 십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 ‘어시스턴트 부당 대우’에도 가감 없는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사진계의 부조리한 풍토, 쉽진 않겠지만 바뀔 때가 됐다. ‘모래알이
                  뭉친 바위가 파도를 이겨내는 모습’을 이곳에서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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