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월간사진 2017년 1월호 Monthly Photography Jan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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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_최종_월간사진 2016-12-22 오후 1:35 페이지 3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고도를 기다리며/몰로이/첫사랑
슬라보예 지젝 & 인디고 연구소(Ink) 지음 · 궁리 펴냄 사무엘 베케트 지음 · 동서문화사 펴냄
이다슬 사진가 류현민 사진가
선택 이유 책 제목만 보고 읽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동안 마음에 품어왔던 질문들을 해결할 선택 이유 워낙 유명하고 인정받은 작품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재의 제주는 자연의 속도와 인간 에서는 ‘기다린다’는 행위로 모든 글의 내용과 의미가 환원되는 느낌이었다. 등장인물들의
의 속도가 뒤섞이며 이질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많 감정, 의식, 의미 등을 포함한 주체의 레이어들은 겹겹이 벗겨지고 결국 ‘살아간다’ 혹은 ‘존
은 것들이 가능한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이 책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한 재한다’는 명제만 남겨져 있는 듯 보였다. 따라서 고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결정과 해석은 독
근본적인 질문들이 그 어떤 때보다 중요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한다고 얘기한다. 자(혹은 관객)에게 던져지게 된다. 심지어 그 ‘고도’라는 존재를 해석하고 찾으려고 하는 시
도서 선택 기준 어렸을 때는 주로 소설과 수필을 읽었다. 조정래의 <아리랑>, <태백산맥>, 그 도 자체가 일종의 강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작업에서의 중심 주제인 자신이 던져
리고 이우혁의 <퇴마록>을 좋아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혼란스러운 시대를 해석하고 접근하 진 참조체계를 초월해서 존재할 수 없는 나,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비롯되는 ‘실패’와 ‘그것의
는 인문, 철학서를 주로 선택한다. 반복’이 사무엘 베게트의 작업에서도 발견되는 것 같아 그와 그의 시대로부터 배운다는 생각
좋은 책이란 어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존재가 되는 책. 으로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작가로서의 지침서 수잔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다. ‘아주 강렬한 대상을 마주하거나 경험할 도서 선택 기준 그때그때의 관심사에 따라서 책을 구매하는 편이지만 예술서적이나 철학관
때, 습관적으로 사진을 찍는 대신, 그 찰나의 순간에 내 앞의 풍경들과 공감한다면 진정 나만 련 서적을 주로 선택해 왔다. 연초에 몇 권의 책을 읽을지 목표를 정한 뒤, 다이어리에 어떤
의 시간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책이다. 책을 읽었는지 어떤 영화를 보았는지 기록한다.
책의 의미 인문, 철학책은 스스로 고민하고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남겨준다. 그동안 고 좋은 책이란 ‘재미’를 주고, ‘지식’을 주고, ‘영감’을 주는 책. 이 세 가지는 상호 연결되어 있
민해 왔던 풀리지 않는 문제에 관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주기도 하지만 가끔 매우 어려운 다고 생각된다.
숙제를 내주기도 한다. 작가로서의 지침서 아주 없거나 혹은 너무 많은 것 같다.
공유하고 싶은 책 내용의 일부 ‘많은 생태학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자연을 위한 생태학은 은 책의 의미 인류가 쌓아온 소중한 경험을 가장 값싸게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가성비 좋은 매체.
폐된 정치적 선택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습니다. 생태계에서의 공동선이란 인간의 대지인 공유하고 싶은 책 내용의 일부 책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지구를 번영케 하는 것이라고 말하지요. 하지만 왜 우리는 지구를 번영하게 해야 하는 걸까
요? 왜냐하면 우리가 그것을 원하고, 그 속에서 우리 인간은 생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에
게 생태학은 매우 이기적이면서도 인간 중심적이고 기계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사실상 자연
은 아주 종잡을 수 없는 것입니다. 거기엔 화산이 폭발하고 지진이 일어나는 등 재앙이 언제
나 도사리고 있지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어떤 고차원적인 공동선을 이야기할 때,
그것은 우리의 은밀한 목적에 의해 정의된다는 점입니다.’ _<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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