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월간사진 2017년 1월호 Monthly Photography Jan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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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093)컬럼_ok_월간사진  2016-12-27  오후 1:51  페이지 092


























                                                                       너 아니어도 일할 애들 많아

                                                                       어시스턴트들은 일터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참아가며 ‘사진가’라는 꿈을 좇고 있다. 하
                                                                       지만 하루하루 기약 없이 꿈만 생각하며 버티는 것은 생각외로 가혹하다. 현실은 냉정하
                                                                       기 때문이다. 생활고에 시달려야 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앞서 말했다시피 다수의 어
                                                                       시스턴트 월급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30~50만 원이다. 이 월급으로 서울 시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고시원에 살면서 매일 라면만 먹기에도 빠듯한 금
                                                                       액이다.
                          case 3                                       상업 사진가가 안정 궤도에 오르면 직장인보다 훨씬 높은 수입을 올린다. 1년에 억대 수
                                                                       입을 올리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진가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했을까. 상업
                          스튜디오 일을 하면서 개인작업을 한다면 더 이
                                                                       사진 촬영 과정을 본다면, 어시스턴트의 조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상 바랄 것이 없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사진
                                                                       그렇다면 피고용자인 어시스턴트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하는 것은 ‘상식적’인 일일
                          을 안 찍은 게 아니라 못 찍는 거였다. 매일 야근
                                                                       테다. 하지만 사진가에게 어시스턴트란 ‘소모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에 주말 근무까지 하는데 어떻게 사진을 찍을 수
                                                                       이번에 만난 어시스턴트들은 “너 아니어도 일할 애들 많아. 나한테 사진을 배우니 월급이
                          가 있겠나. 그럴 때마다 실장님은 몰아붙였다.
                                                                       많지 않은 건 당연하다.”는 말도 들었다고 털어놓는다.
                          “네가 간절하지 않아서다. 넌 사진 할 자세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문득문득 더 이상 버티기 힘                 사진가의 수입이 좋아진다 해서 어시스턴트의 대우가 좋아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너무
                          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색해서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의 사례들도 많다. 어시스턴트들의 가장 큰 불만은 수입
                                                                       대부분이 고용주를 위해 사용된다는 것. 함께 고생하는 자신들에게도 최소한의 인간다
                                                                       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이 보장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게 그들의 바람이다.
                          case 4                                       ‘임금’에 관해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어시스턴트들도 만났다. “사회 초
                                                                       년병이라서 잘 모르는 분야이기도 했거니와 이쪽 업계가 워낙 짜다고 하니까 으레 그런
                          에이전시 소속 실장 밑에서 파트타임 어시스턴
                                                                       줄만 알았다.”던 내용의 것이었다(case 5 & 6 참조). 하지만 관계자들에게 문의해본 결
                          트로 몇 번 일한 적이 있다. 분명 처음에 약속한
                                                                       과 이를 입증할만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임금이 있었는데, 막상 일이 끝나고 나니 딱 절반
                          만 주겠다고 했다. 다음에도 일하기 싫으면 고소                   이와 함께 예체능 전공자들의 ‘열정페이’가 언론에 자주 언급되면서 어시스턴트 고용에
                          해서 나머지 돈을 받으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쪽                   도 큰 변화가 생겼다. 요즘 업계 경향은 사진 전공자가 아닌 ‘지방에 거주하는 비전공자’
                          관행이 그러니 그냥 넘어갈까도 했지만, 나중을                    를 고용하는 것. 이에 대해 (사진 전공)어시스턴트들은 사진계를 잘 모르는 지방 학생들
                          위해서라도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 절박함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실제 고소장을 접수했고, 체불된 임금도                    ‘사진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은 이 스튜디오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그들은 최선을 다
                          돌려받았다.                                       해 일에 전념한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인가 불합리하다는 것을 느낄 때는 이미 늦은 시점
                                                                       이다.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해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생각을 하면 덜컥 겁부터 나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스튜디오에 나가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일을 늘어나는데
                                                                       임금은 그대로다. 참다 참다 한계가 오면 결국 그들은 스튜디오 퇴사를 결심한다. 하지만
                                                                       사진가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고용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
                                                                       근에는 중국인 어시스턴트를 고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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