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월간사진 2017년 1월호 Monthly Photography Jan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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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093)컬럼_ok_월간사진  2016-12-27  오후 1:51  페이지 090






               Column


















                                                                       사진가가 되려는 자, 굴욕의 무게를 견뎌라

                                                                       “스튜디오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하여 가족과 친구간
                                                                       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다. 그런데 최근 어시스턴트 생활을 하며 무엇으로도 사
                                                                       진가라는 내 꿈을 이루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사진을 했나’ 하는 자
                                                                       괴감이 들 정도다. 실장님의 몸과 마음을 지치지 않게 해드리겠다는 각오로 노력해왔는
                                                                       데, 이렇게 정반대의 결과가 되어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다. 심지어 내가 스튜디오에서
                                                                       태업을 했다고, 졸기만 했다고 소문이 돌고 있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
                                                                       명히 말한다.”
               내가                                                      어느 사진 전시회에서 우연찮게 사진가 어시스턴트 생활을 하고 있는 졸업생 한 명을 만났

                                                                       다. 그는 전시장 한 구석에서 주위 친구들에게 자신의 처지에 대해 하소연하고 있었다. 내
                                                                       용인즉슨, 굴욕감을 느낄 정도로 어시스턴트 생활이 너무 비참하다는 것이었다. 발걸음을
               이러려고                                                    옮길 수가 없었다. 결국 그대로 그 자리에 멈춰 그 친구의 ‘어시스턴트 수난기’를 듣게 됐다.
                                                                       각색한 바가 없지 않아 있지만, 지난 몇 달 간 만난 사진 스튜디오 어시스턴트들은 거의
                                                                       대부분 위와 같은 뉘앙스로 심경을 토로했다.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풀어놓은 이야기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에 겨워 어시스턴트 생활을 버티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인
               사진했나?                                                   격 모독, 노동력 착취, 말도 안 되게 적은 임금 등, 그 사연도 죄다 비슷했다. 사진가 어시
                                                                       스턴트야말로 ‘야간의 주간화’, ‘휴일의 평일화’, ‘가정의 초토화’ 그리고 ‘라면의 상식화’
                                                                       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직업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시스턴트 부당 대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4년 ‘이상봉 열정페이’가 세간에
                                                                       알려질 때만 하더라도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상황이 나아질
               사진과를 졸업하고 스튜디오에서 어시스턴트 생활을 하고                           것이란 일말의 믿음이 있었다. 수습·인턴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에게 턱없이 낮은 임금
               있는 미래의 사진가들이 있다. 치열하고 고된 작업 환경에서                        을 주는 업체를 특별 감독할 것이라는 고용노동부의 발표도 있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그들이 전해온                               였다. 언론이 계속해서 관심을 불러일으켰음에도 변한 게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어
               ‘어시스턴트 수난기’는 놀랍게도 ‘자괴감’ 그 자체다.                          시스턴트 임금이다. 지금이나 10년 전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2016년 최저임금 6,030
                                                                       원을 기준으로 주 40시간을 일하면 최저 월급은 약 130만 원 정도가 된다. 그런데 어시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이정우
                                                                       스턴트 월급은 쉬는 날도 거의 없이 매일 야근을 함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30~50만 원으
                                                                       로 형성돼 있다. 처음 한두 달 월급이 없는 경우도 다반사다. 4대 보험도 먼 나라 얘기다
                                                                       (물론, 양심적인 사업장도 있다!).
                                                                       어시스턴트, 말 그대로 조력자다. 사진가가 최선의 컨디션에서 촬영할 수 있도록 가장 가
                                                                       까이서 그를 도와주는 게 어시스턴트의 주된 역할이다. 스튜디오를 청소하고 정돈하는
                                                                       것은 물론, 조명을 설치하고 후보정 작업을 하며, 잔심부름까지 도맡아 한다. 축구나 농
                                                                       구 경기에선 골을 넣기 전 마지막 패스, 즉 어시스트를 많이 기록한 선수에게 어시스턴트
                                                                       상을 준다. 그런데 몇날 며칠을 고생한 어시스턴트에게 부상으로 돌아가는 건 ‘자괴감’과
                                                                       ‘회의감’ 뿐이라니. 그럼에도 그들은 견뎌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 속에서 장밋빛 미래
                                                                       를 찾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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