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월간사진 2017년 1월호 Monthly Photography Jan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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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_최종_월간사진  2016-12-22  오후 1:35  페이지 4







































                             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대화 다시 그림이다                                            예술철학
                                  마틴 게이퍼드 지음 · 디자인하우스 펴냄                                   조요한 지음 · 미술문화 펴냄










                                조진용 사진가                                                  현홍  사진가


                  선택 이유 데이비드 호크니가 카메라로 실제를 담아내는 방식에 대해서 꽤 비판적인 의견을         선택 이유 우리나라의 학자가 우리 글로 근사한 문장과 함께 예술을 논하는 책이다. 예술철
                  갖고 있다는 사실은 가장 인상적인 내용이다.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매일 주변의 소소한         학에 대한 몇 안 되는 훌륭한 입문서일 뿐만 아니라 교양서적으로도 흠잡을 데 없다. 난해한
                  풍경들을 관찰하고 그것을 아이폰으로 그려서 지인들에게 선물로 전송한다. 스마트폰을 사          어휘로 충분히 현학적일 수도 있었겠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비교적 평이한 언어와 쉬운
                  진을 찍는 도구가 아닌, 그림을 그리는 시각 도구로써 이용하는 것이다. 호크니는 오늘날 사       문장구조로 담담하게 서술해가면서도 내용과 의미의 밀도는 결코 떨어지는 법이 없다. 묵직
                  진이라는 매체가 나타내는 기하학적인 방식과 단일한 시점에 대해서 비판하며 그것이 세계          하고 단단하다. 우리 글의 아름다움과 지식의 전달이 잘 균형을 이루는 흔치 않은 책이다.
                  를 나타내는 것과 우리가 실제를 보는 방식과는 다르다는 것을 지적한다. 물론 호크니의 주        도서 선택 기준 매우 고전이거나 아니면 매우 트렌디한 양극단의 책들을 번갈아서 읽는다. 예
                  장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나의 작업 방식에 대해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그      를 들면 라인홀드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를 읽었다면, 그 다음엔 요즘 새로
                  가 언급한 사진의 한계를 어떠한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중이다.             나온 사진잡지 <보스톡>이나 사토리얼리스트의 신간을 본다. 일종의 균형이다.
                  도서 선택 기준 지인에게 추천을 받는다. 평소 책을 자주 읽기 위해서 독서대에 펴 놓고 눈에      좋은 책이란 좋은 작가들이 이미 읽어왔던 책들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작가에게 큰 영향
                  띌 때마다 조금씩 자주 읽는다. 감동받거나 간직하고 싶은 문장은 SNS에 올려서 기록한다.       을 준 책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자꾸 위로 올라가다 보면 우리가 흔히 말
                  좋은 책이란 개인적으로 글보다 그림과 사진이 많이 있는 책을 좋아한다.                  하는 고전이라는 책들이 나온다. 결국, 고전이다.
                  작가로서의 지침서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는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을        작가로서의 지침서 이태준의 <무서록>을 꼽고 싶다. 이 작가의 단순하고도 담백한 예술에 대
                  고민 없이 한 번에 버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덕분에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바라      한 소회가 마음에 든다. 떳떳하기까지 하다. 읽어보면 안다.
                  보게 되었다. 미니멀리스트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고, 실제로 8박스의 물건을 버리기도 했다.       책의 의미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고독한 일이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독서는 자기 언어
                  책의 의미 사진은 주로 전시를 통해서 볼 수 있지만 전시보다 더 좋은 플랫폼은 책이라고 생       와 책의 언어 사이의 끊임없는 싸움이다. 책을 이해했다는 것은 그 둘 사이의 간극을 새로운
                  각한다.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많은 양의 사진들을 천천히 볼 수 있다. 영원히 열려있는 전     언어로 메웠다는 것이고, 책의 언어와 지혜롭게 타협했다는 것이다. 책은 인간을 그렇게 성
                  시장 같은 거다. 멋있는 커버에 내 이름이 쓰여 있고 그 안에 작업들이 제대로 된 프린트로 실     장시킨다. 책을 덮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한차례 더 그 고독에서 깨어나는 것이고, 발견한 새
                  려서 누군가 열심히 보는  장면을 상상하면 이 추운 겨울에도 당장 카메라를 들고 작업을 하       로운 언어와 함께 다시 새로운 고독으로 들어갈 준비를 한다.
                  러 나가게 만든다.                                               공유하고 싶은 책 내용의 일부 ‘작가가 자기 작품을 보기 위해 제작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작
                  공유하고 싶은 책 내용의 일부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계가 사진처럼 보인다고 여깁니다. 나        품을 자기가 본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비록 현재 살아가는 타인이 아닐지라도, 타인에게
                  는 사진이 대부분 맞지만, 그것이 놓치고 있는 약간의 차이 때문에 사진이 세계로부터 크게        자기의 작품을 보이고 싶은 것이 작가의 강렬한 욕구이다.’ _<예술철학> 93p
                  빗나간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바로 그 지점이 내가 찾고 있었던 바입니다.’ _<다시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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