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월간사진 2017년 8월호 Monthly Photography Aug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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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1
일상성과 장르를 해체한 초상사진
현대예술의 변화된 흐름을 수용하고, 더 나아가 역으로 현대 순수예술의 개념적인 발전에 기여해온 초상사진을 살펴보고자 한다.
세 가지 역사적 순간을 중심으로 풀어본 1960년대 이후 초상사진의 역사.
글 | 고동연(미술사) · 디자인 | 김혜미
잭 케루악이 서론을 쓴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책 『미국인들』
사진의 역사를 정리하는 일은 순수예술이나 영화의 역사를 정리하는 일보다 어렵다. 비 이 다시 현대미술에 유입되면서 현재 미술사와 사진사, 전문인들을 위한 사진사와 미술
교적 구분과 정의가 가능한 창작여건에서 파생되는 미디어 아트를 제외한 순수예술이나 관용 사진사의 구분을 짓는 일은 더 이상 무의미해졌다.
영화산업, 독립영화와는 달리 사진은 복잡한 사회, 기술적 매체들과 다방면으로 연관되
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산업계의 구조를 전적으로 따르지 않는 사진은 그 출처나 목적, ‘새로운 다큐멘터리 사진’과 사진책
존재방식, 유통구조가 섬과 같이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일쑤다. 따라서 영역을 규정짓기 1960년대와 1970년대 초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들 사이에선 로버트 프랭크(Robert
어려운 사진사를 나열식으로 다루기보다 특정 시기를 정해서 사진과 연관된 현대미술계 Frank)의 『미국인들(The Americans)』(1958)과 래리 클락(Larry Clark)의 『털사(Tulsa)』
의 흐름을 집중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1963-71), 랄프 깁슨(Ralph Gibson)의 『몽유병환자(The Somnambulist)』(1971) 같
그렇다면 초상사진이 현대미술에 기여했던 역사적 시기와 순간은 언제였을까(위의 관점 은 특정 사회집단이나 인물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사진책이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에서 초상사진의 주요 분야인 패션사진은 본 글에서 제하고자 한다). 우선, 1960년대 이 1960년대 현대예술 분야에서 일어난 예술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변화를 사진가들이 적
후 현대미술과 만나는 접점에 위치한 사진사를 다루는 과정에서 초상사진의 기여도가 크 극적으로 받아들이도록 길을 터주었던 것이 바로 사진책이다. 앤디 워홀(Andy Warhol)
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1960-70년대 사진책과 비평적 사진이론이 등장하게 이 『인터뷰』를 창간하는 과정에서도 사진책은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되면서 현대미술에선 작가와 대상자, 뮤즈 등의 역할에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 이러한 변 미국에서 전후 첫 반전 예술운동으로 손꼽히는 비트운동(Beat Movement)의 대표적인
화를 이끈 새로운 다큐멘터리나 사진 비평서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것이 초상사진이 시인 잭 케루악(Jack Kerouac)이 서론을 쓴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책 『미국인들』은 전후
다. 기호학자이자 문화비평가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저서,『카메라 루시다』에 다큐멘터리와 예술사진의 중요한 접점에 위치해 있다. 먼저, 프랭크는 우선 역사적인 순
서 다뤄진 주요 예들도 모두 인물사진들이었다. 간을 포착하거나 그러한 순간에 반응하는 인간의 모습을 극적으로 조명해야 하는 다큐
뿐만 아니라 초상사진이야말로 일반 대중들에게 가장 익숙한 사진 장르다. 1960년대 이 멘터리 사진작가의 불문율을 따르지 않았다. <호보컨의 시가행진, 뉴저지 1955(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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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현대미술이 사진사에 끼친 영향을 살펴보면 이러한 사실은 매우 중요해진다. 사진의 rade Hoboken, NJ 1955)>에서 프랭크는 시가행진 자체가 아니라 시가행진을 바라보
대중화는 이미 19세기 서유럽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중산층의 일상적인 요 는 벽돌 건물 속 여성의 모습에 주목했다. 독립기념일의 상징인 성조기의 뒤쪽에서 창문
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하여 사진관과 대중을 위한 코닥 사진기, 필름이 발명된 것은 잘 알 을 통하여 시가행진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전혀 미화되어 있지 않다. 이로 인
려진 사실이다. 나아가 1960년대 이후 다큐멘터리, 예술사진, 상업사진으로 구분되어 해 관객들은 특별한 사건이 없는 일반인의 일상적인 모습 속에서 미국사회의 다양한 면
있던 현대사진계는 예술과 일상을 허물고자 하는 현대미술계의 변화에 힘입어 지난 반 모를 해석해내야만 하였다.
세기동안 일반인들에게 더 익숙한 스냅샷, 머그샷, 유명 연예인의 이미지, 광고, 유원지 프랭크의 사진이 사진 속 대상을 접하는 사진작가, 그리고 관객의 태도에 있어 변화를 이
용 단체샷, 인스타그램, 셀피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왔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들 끌어 내었다면, 『털사(Tulsa)』는 발간 당시부터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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