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월간사진 2017년 8월호 Monthly Photography Aug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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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김상길 <오프라인> 06 리네케 딕스트라 <Beach Portraits> © Rineke Dijkstra 07 라이언 맥긴리 <Yearbook>
모으고 사진의 형식을 정하는 과정에선 여지없이 우연적인 요인들이 등장한다. 이것은 기도 어렵거니와 그의 목적을 규정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이 때문에 그는 비난과 찬사를
1960년대 이후 현대예술의 흐름에서 꾸준히 작가의 신화가 부정되어온 과정과 유사하 한 몸에 받고 있다. 혹자는 맥긴리의 사진이 1960년대 반문화세대와는 다른 최근 젊은
다. 단체 초상화 장르가 부활하게 된 것도 사진에서 전문성과 비전문성, 예술과 일상의 경 세대의 정서적 상태를 잘 반영한다고도 하고, 혹자는 클락의 비관주의를 비평적 시대정
계가 꾸준히 허물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1997년 터너상을 받기도 하였던 질리언 웨 신과 연관시켜서 이에 대한 짙은 향수를 표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만약 1960년대 이후
어링(Gillian wearing)은 <다른 사람이 당신이 말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그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져 온 현대초상사진사, 특히 현대예술과의 접점에서
들이 말하기를 원하는 사인들(Signs that say what you want them to say and not 만나는 초상사진사의 핵심적인 변화의 바람이 대중적 시각문화, 사진문화를 적극 반영
signs that say what someone else wants you to say)>(1992)이라는 이상한 제목의 하면서 일어났다면, 이 또한 그러한 현상의 부분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관객 참여 시리즈에서 직접 자신이 사회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써서 목에 건 일반인 참
여자들의 사진을 찍었다. 또한 연출하는 관람객과의 협업을 통하여 거리사진이나 머그
샷 등 다양한 형식이 결정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진의 결과보다는 무작위적인 참
여자들과의 협업을 통하여 사진작업을 완성해가는 열린 창작과정에 있다는 점이다. 1) 이러한 불문율은 유명한 다큐멘터리, 예술사진작가 브레송의 첫 회고전 당시 출간된 미국책의 제목이
최근 사진계에는 전통적인 장르를 부활시키면서도 관객참여, 설치, 행위 등의 다른 예술 기도 하다. Henri Cartier-Bresson, Decisive Moment (1955).
적 사조와의 적극적인 결합을 꾀하거나 아예 다매체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 2) 대표적인 곤조 저널리스트로 알코올중독자인 자신의 실화를 다룬 『라스베이거스의 두려움과 경멸, 그
다. 캐나다 출신의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는 1992년 지난 4년간 자신의 집을 리고 미국의 다른 이야기들(Fear and Loathing in Las Vegas and Other American Stories)』(1996)의
방문한 이들의 사진, 물건, 낙서들을 모아서 <아이들은 괜챦았다(The Kids Were Al- 저자 헌터 토머스(Hunter Thompson)를 들 수 있다.
right)>라는 사진 설치물을 선보였다. 이후 <Yearbook(학년앨범-이어북)>(2013)에서 3) 클락의 『털사』는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변방인들의 모습을 담아낸 사진책의 선구격이다. 1970-
80년대 스스로가 가출청소년이자 펑크문화를 숭앙하였던 낸 골딘(Nan Goldin), 1990년대 동성애자로
는 아예 미술관 벽면 자체를 그가 찍은 동료나 지인들의 누드로 채웠다. 금지된 인터넷상
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데이비드 암스트롱(David Armstrong)의 사진책들이 클락의 예를 따랐다.
누드 사이트나 자기 과시용 인스타그램을 연상시키는 그의 사진설치는 이어북이라는 진
4) 대중소비문화의 파편을 사진으로 재구성하고 기록한 셔먼에 비하여 바바라 크루거, 존 발데사리, 리처
부한 사진 장르, SNS상 벌어지고 있는 개인과 공공의 영역 와해, 대세가 되어버린 사이
드 프린스, 세리 레바인 등은 아예 사진을 그대로 복제해 버림으로써 사진 창작과정, 정체성을 보다 근본
버공간상의 쾌락주의, 탕진주의 등의 현 문화적 특성을 거대한 스케일로 보여준다. 적으로 흔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 조작된 인물상으로는 사진현상과정에서 변형을 통하여 자신을 재
물론 맥긴리가 사진가인지, 예술가인지, 록스타인지, 아니면 프로 SNS 유저인지 구분하 현한 루커스 사마라스, 로리 시몬스의 작업을 예로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