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월간사진 2017년 8월호 Monthly Photography Aug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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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209)칼럼3(셀피)_월간사진 2017-07-20 오후 1:37 페이지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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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하이퍼리얼리즘의 대표작가 척 클로스의 자화상. 02 사비나미술관 <#셀피 - 나를 찍는 사람들 >전에 소개된 김가람 작가의 작품. 관람객이 자유롭게 셀피를 찍을 수 있는 공간이다. 03 힐러리 클린턴을 배경삼아 셀피를
찍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셀피에 열광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단적으로 읽을 수 있다.
품,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 흑백 폴라로이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로 산 옷과 명품 가방을 자랑하는 용도로 셀피를 이용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온라인상
놓은 물나무 사진관의 ‘자화상 사진관’ 프로젝트, 셀피용 카메라를 전시장 입구에서 대여 에 자기만족을 넘어선 일종의 보여주기 식 셀피가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SNS에 올린 셀
해주고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 마음껏 촬영할 수 있도록 배려한 카시오 카메라 이벤트 등 피를 통해 셀스타(셀피와 인스타그램의 합성어)에 등극하는 일반인도 등장하고 있는 실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가 다양하게 마련되었다. 덕분에 전시장은 활기가 넘친다. 10대 청 정이다.
소년부터 40대 주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람객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작품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인간의 욕망 또는 무의식이 말을 통해 드러난다고 주장
을 즐기며 스스럼 없이 현장에서 셀피를 찍었다. 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셀피가 지적이 했다. 그가 만약 21세기에 살았다면 인간의 욕망이 셀피를 통해 표출된다고 생각했을지
지만 난해하고, 평등한 듯 보이지만 권위적으로만 느껴졌던 미술관을 새로운 놀이터로 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셀피가 젊은 여성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만들어 놓은 셈이다. 40~50대 중년층도 셀카봉을 들고 자연스럽게 셀피를 찍는 상황을 심심치 않게 마주할
수 있다. 삼각대를 놓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20세기형 가족사진 촬영의 전형이었다면, 21
인간의 욕망을 위하여 세기형 가족은 셀카봉을 들고 ‘김치’를 외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일반 사람들은 셀피를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셀피를 찍는 것이 일상이 특히 유명인들의 셀피가 갖는 파급력은 상당하다. 2014년 제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셀피를 대하는 대중의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듯 하다. 미국 영화배우 엘렌 드제너러스는 삼성이 제공한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브래드 피트,
셀피란 단어와 함께 연상되는 단어는 바로 나르시시즘(Narcissisim)이다. 물에 비친 자신 안젤리나 졸리, 줄리아 로버트, 케빈 스페이스, 메릴 스트립 등 거물급 할리우드 스타를 한
의 모습과 사랑에 빠진 미소년 나르키소스에서 유래된 정신분석학적 용어로 실제로 자기 화면에 담은 그룹 셀피를 촬영했다. 이 사진은 단 하루만에 2천8백만 리트윗 되었을 정도
애가 강한 이들을 거론할 때 주로 사용된다. 2016년 캐나다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의하 로 큰 인기를 끌었다. 스마트폰을 제공한 삼성은 어마어마한 광고 효과에 만족해 엘렌 드
면, 셀피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타인이 촬영해 준 사진보다 자신이 직접 찍은 셀피에 대한 제너러스가 선정한 자선단체에 상당히 큰 액수의 후원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족도가 더 높다고 한다. 그들은 촬영한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과감히 삭제하고 다 2012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비행사 아키 호시드가 촬영한 셀피 역시 인상적이다.
시 카메라 앞에서 원하는 표정과 포즈를 짓는다. 자신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한 셀피 전 아키 호시드는 강렬하게 빛나는 태양을 배경삼아 우주 공간에서 셀피를 촬영했다. 그의
용 앱과 포토샵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되었다.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가 완성 헬멧에 비춰진 지구의 모습은 더없이 아름답다.
되면 사진을 SNS에 업로드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핀다. 일종의 자기 과시와 허세 욕구 반면 셀피로 인해 구설수에 오른 인사도 있다. 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2013년 12
가 셀피 속에 내재되어 있는 셈이다. 셀피의 주요 소비층이 20~30대 젊은 여성이라는 점 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헬
도 부인할 수 없다. 여행을 가거나 값비싼 레스토랑 혹은 힙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새 레 토르팅-슈미트 덴마크 총리와 함께 찍은 셀피로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엄숙해야 할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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