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PHOTODOT 2017년 1월호 VOL. 38 JAN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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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 박정근, 물옷, 2015
                                                     (하) © 박정근, 물숨, 2015










                                                                                         박정근

                                                                                  <물숨>, <물옷>




                                                                            2017년 새해가 밝았다. 제주도의 해녀들 역시 새로운 해를 맞는다.
                                                                     현대를 살아가는 그들은 과거의 해녀들과 똑같이 물질을 하며, 해녀 공동체
                                                                     의 삶을 살지만 실생활에서 많은 변화를 보여준다. 아침마다 휴대폰 날씨앱
                                                                     으로 풍속과 풍랑이 얼마나 센지 확인하며, 물질하러 가기 전에는 피부 보호
                                                                     를 위해 화장도 꼼꼼히 한다. 채취한 전복과 소라를 수출하기 때문에 환율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환율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함으로써 수산물 유통에 영
                                                                     향을 미친다. 일을 마친 뒤 여가시간에 그들은 기타를 배우거나 춤을 추러
                                                                     다니기도 하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뜨거운 밤을 보내기도 한다. 지금
                                                                     2017년의 해녀들은 삶을 즐길 줄 아는 당당한 여성들이다.

                                                                            해녀를 바라보는 젊은 사진가의 시선
                                                                     박정근의 사진이 이제까지 해녀를 다룬 다큐멘터리 사진과 다른 점이 있다
                                                                     면 그것은 비단 흑백과 칼라의 차이만은 아니다. 1990년 이후 외지 사진가
                                                                     가 유입되고 사진 인구가 늘어나면서 해녀에 대한 사진은 강한 여성성, 생명
                                                                     력, 어머니의 표상의 이미지로 무수히 많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각각의 사진
                                                                     은 모두 의미가 있었지만 대개 비슷한 이미지가 반복돼 시각의 다양성을 보
                                                                     여주지는 못했다. 그가 느끼기에 앞 세대의 사진가들이 많이 보여준 모노톤
                                                                     의 해녀 이미지는 자신의 것이 아닌 이미 누군가 해버린 이야기 같았다. 그
                                                                     는 젊은 사진가로서 해녀를 새로운 시선으로 표현하려 했다. 이미 인식돼 있
                                                                     는 해녀의 관념화된 이미지가 아닌 직접 겪으며 깨닫게 된 그들을 새로이 조
                                                                     명하고자 카메라를 들었다.


                                                                     “기존의 어떤 대상이 시간이 흘러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새로운 표현으로
                                                                     재해석하거나 대상을 다시 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젊은 작가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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