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PHOTODOT 2017년 1월호 VOL. 38 JAN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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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구, 트멍_제주 봉개동, (Bonggae-dong), 2013                  ©김흥구, 트멍_제주 칠머리, (Chilmeori), 2013







                         좀녜라는 이름의 어머니, 어머니
                  김흥구는 <좀녜> 작업을 지속하며 해녀들에 관한 기록을 멈추지 않았다. 물
                  과 볕에 그을리고 주름진 얼굴로 젊은 날의 사진 앞에 선 비양동의 할망 해
                  녀부터, 비 오는 날에도 테왁을 들고 바다로 나가는 서천진동의 해녀 무리,
                  물안경을 쓰고 심연의 바다에서 해산물을 건져 올리는 온평리의 해녀에 이                   제주의 트멍을 포착하다
                  르기까지. 그러던 그는 작업을 통해 해녀를 진실한 마음으로 이해하려는 눈           해녀를 뿌리 깊게 이해하게 된 김흥구는 제주해녀들의 노동과 삶에 초점을
                  을 뜨게 된다. 그들의 삶을 포착하는 과정에서 개인, 개인의 기억을 들었고,         맞췄던 <좀녜>작업을 마무리하고 제주도 공간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
                  기억의 조각들은 퍼즐처럼 제주의 역사로 맞춰졌다. 그렇기에 작가는 해녀            을 추적해 나가는 작업 <트멍>을 이어서 진행한다. ‘트멍’은 틈, 구멍의 제주
                  를 바라볼 때 역사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오랜 세월 제주 앞바다를          방언이다. 그는 개인의 기억이 과거의 사회, 정치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음
                  지킨 것이 그들이었고, 불운한 시기에 희생된 남자들을 대신해 아이들을 품           을 깨닫고, 제주를 또 다른 문제적 공간으로 인식했다. 곧 묻혀 가려질 근대
                  고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것도 그들이었다. 김흥구는 사진으로 제주가 걸어           의 기억들을 과거에서 비롯된 현재의 장면으로 나타내 과거와 현재의 시간
                  온 험난한 길 위에 굳건히 살아간 여성의 삶, 곧 어머니의 삶을 이야기하고          을 순환시킨다. 두 시리즈 <좀녜>와 <트멍>은 같은 역사를 품고 있기에 긴
                  자 했다.                                              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해녀가 있다.
                  매일 볼 때도 있고, 한 달에 한두 번 혹은                           “버려지고 애써 지워진 것들의 빈자리를 메우고
                  일 년에 한두 번 볼 때도 있다.                                 있는 건 바람과 덩그러니 이름만 적힌
                  있다, 있는 것은 온통 해녀뿐인데 어떤 날은 어머니였다가,                   비석뿐이지만, 저는 이 구멍을 들여다보는 행위를
                  여자였다가, 때로는 아버지였다.                                  통해 다시 현재의 이곳과 이곳에서의 삶의 의미를
                  그리고 그것은 나이기도 했다.  - 작가노트 중                         되돌아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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