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PHOTODOT 2017년 1월호 VOL. 38 JAN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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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 주 솔트 레이크 시티를 벗어나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에는 4월 말인데도 불구하고 한참을 방황하다 어렵게 나선형 방파제가 있는 지역으로 들어갔다.
눈이 보인다. 2002년 2월에 동계올림픽이 열려진 곳이기도 하다.
우리 앞에 보이는 자연을 ‘풍경’이라고 이상화시키는 것은 낭만적 Works’라고 하기도 한다. 60년대 후반에 미국, 영국, 독일을 중심으로 확산
인 태도에서 나오는 것이고 이런 낭만적인 태도는 자연을 아름답고 한가로 된 예술운동이다. 부분적으로는 개념미술, 미니멀아트와 겹치는 부분도 있
우며 목가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시골에서의 삶은 그 으며, 소재적인 면에서는 아르트 포베라도 찾을 수 있고, 일시적으로만 존재
렇게 한가롭거나 목가적이지는 않지 않은가? 농촌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 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퍼포먼스나 해프닝과도 연결되는 다면적인 예술운동
이 되면 자연은 언제나 변화무쌍하고 위험하고 거칠다는 생각으로 살아가야 이다.
할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밝힌 주장들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을 아름다운 직감적으로 호수를 향해 돌출된 반도 형태의 끝 부분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풍경이라는 의미로 전환시킨 것은 18세기 후반 서구에서 낭만주의가 꽃피 실제로 가보니 거기에는 없었다. 시간은 흘러서, 오후 7시 30분이 지나면
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증상이라는 것이다. 우리도 자연을 풍경으로 보는 이 서 매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왼쪽 사진에 나오는 로젤 훌렛스 로드
런 변화는 60~70년대 산업화 이후에 고향을 떠난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받 (Rozel Flats Rd)를 찾아야 갈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변에는 이정
고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서구의 낭만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라고 볼 수 표가 대부분 보이지 않았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아주 동떨어진 곳에 있었
있다. 그래서 풍경화는 곧 아름다운 것이라는 의미작용을 발생시키고 있는 다. 미술학 전공자이거나 특별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나선형 방파제
것이다. 그렇지만 아름답기만 한 자연에 미술행위를 하는 대지미술가(Land 를 직접 가서 본다는 것은 아주 어렵다. 그렇지만 자연을 소재로 한 대지미
Artist)들은 자연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기 시작하였다. 영어로는 ‘Earth 술이기 때문에 이런 대자연이 펼쳐진 곳에서 작업을 해야 한다.
네비게이션에 로젤 훌렛스라는 길이 나와야 찾아갈 수 있다. 드디어 나선형 방파제에 도착하였다. 촬영하고 있는데 한 젊은이가 나에게 다가오면서 물었다.
이때는 오후 여덟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여기에서 무얼 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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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8.indb 48 2016-12-23 3: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