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PHOTODOT 2017년 9월호 VOL.46 Sept
P. 51
가려진 물고기의 눈, mixed media on paper, 2017 57x77cm 금빛털을 가진 사슴 mixed media on paper 2017 71x101cm
감정을 절제하는 사진꼴라주 작업과는 반대로 드로잉 작업은 감정을 토해내며 표현한다. 작업의 프로세스 역시 전혀 다르다.
사진꼴라주는 정확한 플랜대로 진행하지만 드로잉은 즉흥적으로 정제되지 않은 솔직한 이미지를 그려낸다.
작가는 이러한 두 작업을 ‘비슷한 성향을 가진 아이가 마음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박윤채 기자(yoonbluu@naver.com)
사람은 근원적으로 불완전하고 연약하다. 때로는 감정에 좌지우지 다. 소스가 되는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철저한 계획 아래 수 차례 여행을 하
되기도, 지나치게 이성을 지키려다 무너지기도 한다. 사람이 타인과 관계를 고, 수집한 사진들을 펼쳐 종일을 꼬박 해체, 다시 조합하는 오랜 작업과정을
맺어가는 과정 역시 쉽게 깨져버리는 유리와 같이 불안하다. 그럼에도 사람 거쳐 이미지를 탄생시킨다. 혹자는 이 과정을 ‘노동집약적인 고된 작업’이라
들은 타인과 부딪히고 갈등하면서도 그 관계의 불안정을 극복해나가려는 노 고 말하지만 의외로 작가는 “쉽고 간단하다”라고 고백한다. 이 고백은 작업
력을 한다. 결국 인간관계의 불안함은 그만큼 상대방과 나 자신을 소중하게 의 초반 단계인 대상을 이미지화하기까지의 시간을 그녀가 더 가치 있게, 혹
생각하기에 마음속에 자리하는 것이 아닐까. 은 어렵게 여기기 때문이다. 대상을 한 장면으로 상징화하려면 그 사람을 긴
작가 원성원은 자신의 연약함을 스스럼없이 고백한다. 그녀는 대부분의 사 시간 뚫어지게 관찰하고 항상 염두에 두어야 가능하다. 특히 〈타인의 풍경〉
람들이 가지고 있기에 공감의 코드로 작용하는 인간관계에서의 상처와 결핍 작업에서는 대상의 직업이 중요한 주제였기에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가면
을 안고 있다. 작가는 그런 솔직한 모습을 작품에 반영하여 작업에 임한다. 서 한편으론 각 사람의 직업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하는 시간을 오랫동안 가
스스로 감정을 절제하고 반대로 토해내면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작가만의 져야 했다. 작가는 장면이 떠오르더라도 실제 사람을 상징화하는 것이기 때
표현 방식은, 자신의 연약함을 극복하기 위한 절실함에서 분출되는 하나의 문에 몇 번이고 확인 작업을 거치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작업에 임했다.
치유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소중하기 때문에 불안한 타인의 모습을 관찰하 〈타인의 풍경〉을 관람하는 사람들은 그냥 어딘가에 있을 법한 풍경으로 지
고 더 잘 공감하기 위해 연구하는 그녀에게는 ‘대상을 이미지화하는 힘’이 있다. 나칠 수도 있지만, 가까이 다가간 만큼, 오래 들여다보는 만큼 이미지 안에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원성원의 〈타인의 풍경〉 작품에서는 그런 자신과 작게 숨어있는 코드들을 볼 수 있다. 원성원은 이러한 의도가 사람과의 관계
타인의 불안한 모습은 직접적으로 비춰지지 않는다. 오히려 대상을 숨기고 를 상징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 사람과 시간을 보내며 서로 알아가야만 그
감정을 배제한 추상적인 풍경만이 등장한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전 작업 사람의 다양한 면을 발견할 수 있듯이 결국 작품에도 인간관계와 비슷한 원
들에서는 소설을 쓰듯 묘사를 하고 스토리를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마치 시 리를 담은 것이다. 그러나 원성원은 이러한 작가의 의도를 관람객들에게 관
를 쓰는 것처럼 묘사를 함축하고 숨겨서, 전체적인 아우라가 보이는 작업을 철시키려 하지 않는다. 전시기간 동안 작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작업을 했
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는 내면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이해해주지 않는 사람 는지, 어떤 장치를 심어 놓았는지 전혀 읽지 못하는 사람들은 각자가 마음껏
들로 인해 마음을 숨기는 그녀의 모습이 작품에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 상상의 나래를 펼친 반면, 어떤 이들은 아무런 설명 없이 작업하는 동안 느
러나 작업 당시 인간관계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성원의 꼈을 작가의 감정까지 읽어내서 공감해주기도 했다. 그녀는 이 모든 과정이
작업스토리를 들어보면 기본적으로 그녀가 타인에 대한 큰 애정을 가지고 이미지로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원성원은 작가만의 대화 방식인 이미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로 사람들과 즐겁게 소통을 나눈다. 그녀의 이미지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원성원의 사진꼴라주 작업은 머릿속에 확실한 이미지가 그려졌을 때 시작된 힘’이 있다.
63
vol.46.indb 63 2017-08-23 �� 6:0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