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PHOTODOT 2017년 9월호 VOL.46 Se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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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가의 물풀 네트워크 The Water-grass Network of IT Specialists  2017  c-print 178x297cm






































                  지난 5월 개인전에서 선보인 〈타인의 풍경〉 시리즈는 7가지 직업군을 각           매 시즌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에게 작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각 작가만의 풍경으로 해석한 이미지다. 특정 직업들을 선정하여 표현한             큰 요인이 있다면, 그 동기가 되는 것은 무엇인지 설명해줄 수 있는가?
                  이유가 있는가?                                           나의 선택이 중요한 것 같다. 항상 시즌마다 새로운 작업이 나오는데 작업의
                  작업의 주된 주제는 줄곧 나와 내 친구, 타인, 사람이 되어왔다. 이번 작업에        모티브가 되는 특별한 대상이 있다. 그런데 그 대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서도 직업에 관한 이야기를 내 지인들에게서 찾았다. 직업은 상당히 많은 부          때 당시의 나의 감정과 환경이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A씨에 대한 작
                  분 그 사람의 정체성을 말해준다. 사람들은 특정한 직업을 갖기 위해 긴 시          업을 할 때, 그 A라는 사람을 평소에 단정하고 깔끔한 사람으로 생각했다고
                  간 훈련의 과정을 거치고 그 직업에 적합한 가치관을 갖춰나가기 위해 노력           해도 내가 그때 어떤 경험을 했는지, 심리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 ‘깔끔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직종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그런 현상이 더           한 A씨가 어떤 가식적인 면이 있지 않을까’하고 꼬아서 보게 될 수도 있다.
                  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내 주변에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전문직종의 사람들           이번 작업을 준비하면서 특히 나의 상태가 작업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허리
                  이 많았다. 그들 중 7명, 약사, IT전문가, 금융인, 언론인, 공직자, 교수, 연구   디스크가 심해져 건강상의 문제가 있었고 그에 따른 지출이 커서 경제적으
                  원을 선정해 그들의 직업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를 표현하고자 했다.               로도 힘들었다. 카메라가 고장이 나도 새로 살 수 없는 형편에 여기저기 부
                  앞서 ‘직업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를 표현하고자 했다’는 말이 조금 추상적으          탁을 하고 렌트를 받아서 작업을 진행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슬펐고 마음이
                  로 느껴지는데, 무슨 의미인지 조금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                안 좋았다. 또,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소통과 공감에 어려움을 느꼈다. ‘나는
                  〈타인의 풍경〉작업에서 다룬 직업들은 누가 봐도 ‘우와’ 감탄할 만한 전문직         사람들을 공감시키기 위해 많은 설명을 하고 구체적으로 얘기를 하지만 그
                  종이다. 그리고 이 직업들은 전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들이기도 하다.           런 노력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나의 겉모습만 보고 평가하면서 실질적으로
                  우리는 청소년, 혹은 청년 시기에 직업을 선택하고 각자의 길로 고군분투하           내가 하는 말은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허무한 감
                  며 걸어간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서로를 쳐다볼 때, 내가 보는 풍경과 너         정들 역시 작업에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무도 다른 직업적 풍경을 가진 타인의 추상적인 아우라를 동경하게 된다. 그          하지만 작품 이미지에 부정적인 작가의 심리가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는
                  렇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 아우라 안에는 똑같은 희로애락이 존재한다. 그 직          것 같다. 작가의 그러한 마음 상태가 이번 작업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
                  업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돈, 인간관계, 갈등, 스트레스 같은 문제들이 발견됨         을 주었나?
                  을 통해 동경했던 것들이 다 껍데기뿐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렇기에 나는 그          작업준비 당시 나는 굉장히 시니컬한 상태였다. ‘아무리 잘 묘사하려고 해도
                  실상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배제하고 아우라만을 담고자 했다. 그래서 한 발           사람들은 각자가 보고 싶은 대로 본다’고 생각하면서 어느 순간 이전에 했던
                  짝 물러서서, 세세한 사건을 보려고 하지 않고 멀리서 바라본 풍경으로 표현          작업들에서 느껴지는 유머러스한 이미지, 스토리가 명확한 이미지가 의미
                  한 것이다.                                             없어 보였다. 평소의 밝고 유쾌한 모습 대신, 소극적, 폐쇄적인 면들이 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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