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PHOTODOT 2017년 9월호 VOL.46 Se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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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타래가 복잡하게 엉켜 있다. 이 실타래를 풀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다. 실타래를 풀어내다보면 안에 깊이
숨겨져 있던 다른 색 실들이 보이게 되는데, 그것을 엮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다. 그 일은 누구에게나 있는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한 발자국 먼저 선 경험한 다음에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다. “너의 머릿속에도 이런 실이 있어, 내가 먼저 풀었으니 너도 찾아봐”라고.
원성원
1972년 출생
학력
1995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조소과 졸업
2002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 (Kunstakademie Düsseldorf)졸업
아카데미브리프(디플롬), Klaus Rinke 교수에게 마이스터 슐러
2005 쾰른 미디어 예술대학(Kunsthochschule für Medien Köln)졸업
Valie Export 교수에게 디플롬 석사
일들이 하나하나 나타난다. 실제로 작업을 가까이에서 보지 않으면 전혀 볼 주요 개인전
수 없는 것을 의도하여 3M의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 2017 타인의 풍경,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2014 Sceptical Orgy, Podbielsky Contemporary, 베를린, 독일
관객들과의 소통에서도 의도한 점이 있는가? 2013 Character Episode I, 아트사이드 갤러리, 서울
2010 1978년 일곱살, 가나 컨템포러리, 서울
앞서 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관객들이 멀리서 혹은 간접적으로 작품을 보 2008 Tomorrow, 대안공간 루프, 서울
면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실제로 작품을 접하고 자세히 시간을 들여서 보면 주요 그룹전
노력한 만큼 볼 수 있다. 그런데 그게 바로 사람과의 관계와 비슷한 원리를 2017 《낯설지만 익숙한》, Progetti Arte Contemporanea, 플로렌스, 이탈리아
2016 《비밀의 화원》, 서울 미술관, 서울
나타낸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을 간접적으로 아는 것과 직접 만나고 소통하 《공간의 발견》, 경기도 미술관, 안산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상현실》, 수원 아이파크미술관, 수원
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관람객과 작품’의 관계와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비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
《The King of Illusion M.C. Escher and his Challengers》,
슷하게 작동되길 원했다. 인간관계를 작품과 관객의 관계로 은유한 것이다. 구마모토 현대 미술관, 일본
2015 《2회 북경 사진 비엔날레》, CAFA 미술관, 북경, 중국
지난 《타인의 풍경》 전시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소통의 경험이 있었다 《Go-Betweens》, 오키나와현립미술관, 오키나와, 고이치현립미술관,
면 들려줄 수 있나? 고이치, 일본
《거짓말의 거짓말: 사진에 관하여》, 토탈미술관, 서울
내 작업은 철저하게 주관적인 내용이다. 물풀을 봤다고 해서 IT가 생각나는 2014 《사진의 기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When Nowhere Becomes Here》, 미디에에션 비엔날레, 모나뮤지엄,
것도 아니고, 들판을 보면서 교수가 떠오르지도 않는다. 하지만 오롯이 주관 포츠난, 폴란드, 프라이에뮤지엄, 베를린, 독일
《Go-Betweens》, 모리 미술관, 도쿄, 일본
적인 생각으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시를 찾은 교수님 두 분이 가장 마 《강북의 달》, 북서울미술관, 서울
《Water -천진난만》, 소마미술관, 서울
음에 와 닿는 작업으로 〈교수의 바람들판〉을 골랐고, IT를 전공한 어떤 관객 《현대미술》, 이상향을 꿈꾸다, 이화여대박물관, 서울
은 〈IT전문가의 물풀 네트워크〉를 골랐다. 여기서 내가 느낀 점은 ‘내 경험 《도원에서 노니다》, 자하미술관, 서울
2013 《Transfer Korea-NRW》, 아르코미술관, 서울
으로만 추측한 그 추상적인 장면들이 나의 환상이나 몽상으로 끝나는 것이 《Transfer Korea-NRW》, 오스트하우스 미술관, 하겐, 독일
《리얼리티-재현과 자율 사이》, 경남도립미술관, 창원
아니라 소통의 매개체가 될 수 있구나’라는 것이었다. 물론 해석은 관람객들 《House & Home 나를 보다》, 제주도립미술관, 제주
《사유된 정경》,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이천
의 몫이기 때문에 각자의 경험치에 따라 다르게 느끼겠지만, 아마 나와 비슷 《아티스트 포트폴리오》, 사비나 미술관, 서울
한 경험을 겪으면서 상처가 생기고 그 상황을 헤쳐 나오려는 과정 중에 있다 작품소장
면 이 작업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꽤 많은 분들이 아무 설명 없 고은 사진미술관, 한국 미술은행, 한국
경기도미술관, 한국 대구미술관, 한국
이도 내가 이 작업을 하며 느꼈던 감정까지 읽어주기도 했다. 비슷한 경험을 모리미술관, 일본 산타바바라 미술관, 미국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한국 서울시립미술관, 한국
겪고 그 이야기를 이미지로 토로하고 고백하게 되는 것이 이미지가 갖는 힘 오스트하우스 미술관, 독일 쿤스트하우스 렘페르츠, 독일
피델리티 자산운용, 한국 한미 사진미술관, 한국
같다. 그렇게 서로 공감하는 게 바로 작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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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6.indb 67 2017-08-23 �� 6:0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