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PHOTODOT 2017년 3월호 VOL.40 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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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_기억나지 않는 꿈, 76.5 x 60cm, Embroidery on Digital Pigment Print, 2014 She_모래시계, 56 x 46cm, Embroidery on Digital Pigment Print, 2014
여성성에 대한 자연스러운 갈망
성을 주제로 인물을 다룬 초기 작업 〈Whispering〉시리즈와 프레임에 전
면적으로 인물을 배치한 포트레잇 작업 〈She〉시리즈에서 언제나 김진희의
작업 대상은 여성이었다. 딱히 페미니즘적인 발언을 하려고 하진 않지만 작 사진과 텍스트, 회화 그 사이 어딘가
가 자신 또한 같은 여성으로서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에 관 사진을 전공한 작가 김진희는 사진 매체의 전통적인 속성에 대한 고민을 하
심을 두었고 곧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가져온 듯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바느 며 그 특성을 확장, 전복시키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녀는 작품 이미지에 과감
질이란 행위에서도 여성적인 시각과 작업 방식을 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히 텍스트를 융합시키거나, 원본을 손상시킨 뒤 실을 덧입히기도 하며 어떻
여성의 가사 노동으로 간주되어온 바느질을 작업으로 끌어온 그녀는 작가의 게 보면 실험적일 수 있는 방식들을 과감하게 사용한다. 이미지와 텍스트에
바느질 행위를 마치 어린 시절 양말을 기워주던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과 동 대해 작가는 ‘둘 다 일종의 기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기호의 힘을 적절
일시하기도 한다. 하게 이용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바느질로 수를 놓는 작업은 사진
근래에 와서야 김진희는 이러한 작품의 특성을 여성성이 결핍되었던 유년 적 속성과 회화적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전통적인 사진의 틀을 허물고
시절에서 찾았다. 부모님으로부터 여자아이로서의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던 있다. 작업 과정에서 여러 층위의 시간이 섞여 들어가는 바느질은 찰나의 순
그녀는 스스로 여성스럽지 않다고 늘 생각하며 자랐다고 말한다. 그런 것에 간,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의 시간과는 전혀 다른 의미의 시간성을
대한 갈망일까. 내면에 감춰져 있던 여성성이 밖으로 표출되는 걸까. 김진희 포함한다. 그렇기에 김진희의 작업은 사진과 회화, 그리고 사진과 텍스트, 그
의 작품에는 ‘여성성’을 읽을 수 있는 코드가 다분히 포함돼 있다. 모호한 경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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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0.indb 48 2017-02-22 6:3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