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제삼의 만남 58호 [창립70주년 특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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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8 ❙ 신앙시 감상
은 무엇 때문이겠는가? 이는 그가 특히, ‘ 꽃의 시듦 에서 열매를 맺게’ ‘ ’
하는 대자연의 섭리 또는 신의 은총을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더욱이 그의 시 정신이 근본적인 면에서 현세의 고통을 넘어.
서서 영원한 생명에 이르고자 하는 종교적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같이 김현승의 시에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기독교적인 신앙의
세계이다 그러나 그러한 신앙에의 길에 있어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스.
스로의 신앙에 대한 회의와 함께 좌절과 절망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하물며 몸에 묻은 사랑이나
짭쫄한 볼의 눈물이야.
신( )神 도 없는 한세상
믿음도 떠나,
내 고독을 순금처럼 지니고 살아왔기에
흙 속에 묻힌 뒤에도 그 뒤에도
내 고독은 또한 순금처럼 썩지 않으련가.
- 「 고독의 순금(純金 )」 부분
이 시는 신의 절대적인 권능과 섭리에서 벗어나 인간의 적나라한 원
상을 마주하여 그 본질을 꿰뚫어 보려는 노력을 반영한다 이 시에서의 .
고독은 몸에 묻은 사랑 볼의 눈물 과 같은 인간적인 고독에 해당한다“ / ” , .
절대자인 하나님의 피조물인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는 ,
온갖 인간적인 번민과 갈등 끝에 비로소 그 본질에 근접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현승의 시가 궁극적으로 보여 주는 것은 사라지
는 것들의 비장한 아름다움이며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에 귀일된다는 ,
기독교적 천국 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