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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었는데,  현장에서는  바쿠엑스포센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여느  프로젝트보다  손이
               훨씬  많은  가는  사업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것도  5 개월  만에  끝내려면  철저한  계획이
               필요했다.
               “저에게  제안한  디자인  콘셉트로  진행할  수는  없을  것  같으니,  제가  다시  디자인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연초에  다시  만나기로  하지요.”
               이렇게 하고 담당자들과  헤어졌지만, 불안했던지 그들은  전화로 수없이 확인해왔다.
               “그때까지 정말 가능할까요?”
               “디자인은 새로 하고  있습니까?”
               “어떤 콘셉트로 진행  중인지 미리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일일이 대답해주기도  피곤했으나, 그때마다 문제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다짐해주었다.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는  직원을  바쿠로  출장  오도록  했다.  기술적인

               문제를  의논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2km  밖에서도  보여야  하니  규모가  초대형이어야  하고,
               사방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하자니  회전식이  적당했다.  회전하는  초대형  전광판,  이것이  2010
               바쿠엑스포  전광판의  콘셉트로  결정하게  되었다.
               연초가  되어  정부의  엑스포  담당자들과  회의시간에  디자인  콘셉트를  설명했으나,  모두  믿기
               어려워했다.  시간은  바야흐로 1 월이  다  지나가고  있었다.  당사자인  나는  입이  바짝바짝  타

               들어가는데,  정작  담당자들은  결정할  생각도  안  하고  여유만  부리는  듯  보였다.  일의  결정권자가
               가타부타  결정을  내려줘야  디자인  콘셉트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든  비용이든  뭔가  알아봐도
               알아볼  터인데,  시간도  없는데  어느  한  가지도  결정되지  않고  날짜만  갔다.  늦어도  2 월  초순에는
               결정이  이루어져야  했다.  그들이  결정을  못  내렸던  이유는,  디자인  콘셉트는  마음에  들지만
               그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사실,  ‘회전하는  대형  전광판’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품이다.  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것은,  어느  날  사무실로  출근하는  도중  도로에서  작업  중이던  굴착기,  즉  포크레인을

               보면서였다.  포크레인이  굴착작업을  하는  중이었는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아주  유연하게  잘  돌아가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무심하게  보아  넘겼던  장면이  그날따라  새로운
               개념의  전광판  디자인과  겹쳐지면서  전광석화처럼  내  머릿속에  반짝  빛을  밝혔다.  곧바로  차에서
               내려  주의 깊게 살피다 보니 전광판도 저 원리로 돌리면  잘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에게  포크레인  기어를  통해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전광판을
               설계하자고  했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일정이  너무  촉박해  기술문제를  떠나  사업자체를  제

               때에  완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담당자들은  여전히  여유만  부리고
               있었다.
               “포트레인  기어와  같은  원리로  회전시키는  데는  기술적으로  문제  없습니다.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2km  떨어진  곳에서도  볼  수  있고요.  이번  행사용  전광판은  이  정도의  스펙이  되어야
               합니다.”
               나름대로는  계속 몰아붙였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말자고도  말해보았으나 요지부동이었다.
               ‘일을 하자는  것인가 말자는 것인가!’

               ‘누구를 태워  죽이려 하나!’
               ‘일단 일이 진행되면,  일정 내에 마무리하는  것이 고스란히 내 책임이  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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