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Choi wungsub Succes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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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도시로 갔다. 출발하기 전 시장실에 전화하여 방문하겠다고 미리 약속을 받아 두었다. 묻고
물어 공장에 도착하니 규모가 대단한 공장이었다. 현지인들 수십 명이 일하고 있었으며,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고려인 여자가 통역을 하는 방식으로 공장이 운영되고 있었다. 한국사람이
수도도 아닌 지방에서, 언어도 안 되고 살기 쉽지 않은 지역에서 이렇게 큰 사업을 하다니,
사업가로서 대단히 도전 받는 느낌이었다. 사무실에서 만나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힘들어 죽을
지경이란다. 시청, 경찰서, 세무서 등등 하루에도 5~6 명씩 찾아와 뇌물을 요구하고, 전기세나
수도세, 가스세 등을 꼬투리로 잡아 괴롭히는 탓에 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할 지경이란다.
“내가 지금 시장실로 가니까 기다리세요.”
이야기를 듣고 너무 화가 난 나는 당장 시장 비서에게 전화했고, 곧바로 출발했다. 감초공장
사장과 함께 시에 도착하자 시장 비서가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장을 만나 차를 한 잔
하며 근황을 묻고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시장이 본론은 이야기하지 않고 다른 이야기만 하는
나에게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왜 그렇게 안절부절 하십니까?”
“나를 만나러 온 이유가 있을 텐데 말하지 않고 다른 이야기만 하니 불안해서요.”
“제가 오늘 데리고 온 이 분을 혹시 아세요?”
“모르겠네요.”
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는 듯한 시장에게 나는 그 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전기세를 3~4 배로 받아 가고, 온갖 뇌물을 달라고 찾아와서 사업을 못할 지경이랍니다.”
“무슨 소립니까?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시장의 항변에 나는 사정을 얘기하며 또 한 차례 부탁했다.
“이 사람이 이곳에 사업장을 열어서 1 백여 명이 일을 하고 있고, 시에 꼬박꼬박 세금을 내니
시로서도 좋잖아요. 한국사람 덕분에 시가 두루두루 혜택을 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잘 감시해주십시오.”
그 날의 방문 이후로도 여러 번 전화해서 확인해보았다. 감초공장 사장 말로는, 내가 다녀간 뒤로
괴롭히던 사람들 발길이 끊겼다며 고맙다고 했다. 사업해서 얻은 수익금으로 컴퓨터를 지원하는
등 여러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온 덕분에 이 일을 수월하게 해결해줄 수 있었던 것에
스스로 대견해하기도 했다. 이런 영향력은 비즈니스를 통해 아제르바이잔 국가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고, 그 영향력이 다시 바탕이 되어 오늘의 나를 만들어주었다.
실패한 프로젝트가
남긴
집념과 오기
아제르바이잔에는 ‘낙츠반 주’라는 자치구가 하나 있다. 아르메니아와 접경지대에 있는 이
지역은구소련시절 당시의 소련정부가 갈라놓은 것이다. 구소련이 무너질 무렵, 대우그룹의
대우전자가 이곳에 전자 교환기 10 만 회선을 설치하기로 했다.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이 당시에
직접 찾아와 10 만회선 전자 교환 EDCF 자금으로 설치를 계약하고 진행하였는데, 설치 도중에
대우그룹 부도사태가 발생했다. 그 바람에 사업은 완료되지 못한 채 중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