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Choi wungsub Succes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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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었는데, 현장에서는 바쿠엑스포센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여느 프로젝트보다 손이
훨씬 많은 가는 사업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것도 5 개월 만에 끝내려면 철저한 계획이
필요했다.
“저에게 제안한 디자인 콘셉트로 진행할 수는 없을 것 같으니, 제가 다시 디자인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연초에 다시 만나기로 하지요.”
이렇게 하고 담당자들과 헤어졌지만, 불안했던지 그들은 전화로 수없이 확인해왔다.
“그때까지 정말 가능할까요?”
“디자인은 새로 하고 있습니까?”
“어떤 콘셉트로 진행 중인지 미리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일일이 대답해주기도 피곤했으나, 그때마다 문제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다짐해주었다.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는 직원을 바쿠로 출장 오도록 했다. 기술적인
문제를 의논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2km 밖에서도 보여야 하니 규모가 초대형이어야 하고,
사방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하자니 회전식이 적당했다. 회전하는 초대형 전광판, 이것이 2010
바쿠엑스포 전광판의 콘셉트로 결정하게 되었다.
연초가 되어 정부의 엑스포 담당자들과 회의시간에 디자인 콘셉트를 설명했으나, 모두 믿기
어려워했다. 시간은 바야흐로 1 월이 다 지나가고 있었다. 당사자인 나는 입이 바짝바짝 타
들어가는데, 정작 담당자들은 결정할 생각도 안 하고 여유만 부리는 듯 보였다. 일의 결정권자가
가타부타 결정을 내려줘야 디자인 콘셉트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든 비용이든 뭔가 알아봐도
알아볼 터인데, 시간도 없는데 어느 한 가지도 결정되지 않고 날짜만 갔다. 늦어도 2 월 초순에는
결정이 이루어져야 했다. 그들이 결정을 못 내렸던 이유는, 디자인 콘셉트는 마음에 들지만
그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사실, ‘회전하는 대형 전광판’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품이다. 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것은, 어느 날 사무실로 출근하는 도중 도로에서 작업 중이던 굴착기, 즉 포크레인을
보면서였다. 포크레인이 굴착작업을 하는 중이었는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아주 유연하게 잘 돌아가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무심하게 보아 넘겼던 장면이 그날따라 새로운
개념의 전광판 디자인과 겹쳐지면서 전광석화처럼 내 머릿속에 반짝 빛을 밝혔다. 곧바로 차에서
내려 주의 깊게 살피다 보니 전광판도 저 원리로 돌리면 잘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에게 포크레인 기어를 통해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전광판을
설계하자고 했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일정이 너무 촉박해 기술문제를 떠나 사업자체를 제
때에 완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담당자들은 여전히 여유만 부리고
있었다.
“포트레인 기어와 같은 원리로 회전시키는 데는 기술적으로 문제 없습니다.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2km 떨어진 곳에서도 볼 수 있고요. 이번 행사용 전광판은 이 정도의 스펙이 되어야
합니다.”
나름대로는 계속 몰아붙였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말자고도 말해보았으나 요지부동이었다.
‘일을 하자는 것인가 말자는 것인가!’
‘누구를 태워 죽이려 하나!’
‘일단 일이 진행되면, 일정 내에 마무리하는 것이 고스란히 내 책임이 될 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