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부안이야기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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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돌보지 않는 건달 아버지로 인해 서울에서 빡센 인                     람은 영화 속 부안 주재기자로 나오는 ‘최원준’ 같은
                   생을 사는 무명 래퍼다. ‘쇼미더머니’ 6년 개근 출연자                   인물이다. 젊어서는 제자이자 후배의 ‘시’를 훔치고,
                   인 그는 이번에도 즉석 주제로 나온 ‘어머니’에 막혀                     나중에는 알량한 권력을 이용하려는 습성을 지니고
                   결국 탈락을 맛봐야 한다.                                    있기 때문이다. 경제력이 크지 않은 지방에는 지방지
                     그런 그에게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화가 오고, 내                     부터 인터넷 언론까지 다양한 명목으로 돈을 만들어

                   키지 않은 마음으로 고향인 전북 부안군 변산으로 향                      내는 사이비 기자들이 적지 않은데, 이 영화에서 원준
                   한다. 10년 만에 찾은 그에게 고향은 녹록치 않다. 여                   은 그런 인물로 묘사된다.
                   전한 오기를 가진 아버지와 어릴 적 자신이 괴롭혔던                       영화를 보면서 병든 아버지를 돌보는 공무원 ‘선
                   친구 용대는 지역 건달이 되어서 그를 맞이한다. 거기                     미’(김고은 분) 같은 지인들도 생각나서 한참을 웃었
                   다 그를 짝사랑하던 선미, 그리고 자신의 시를 훔쳐서                     다. 영화 속 선미는 학수를 통해 문학을 알게 됐고, ‘노
                   등단까지 한 과거 교생이었던 현직 지역신문 기자 원                      을 마니아’라는 책으로 나중에는 신인상까지 받는 지
                   준까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우르르 그를 맞                      역 문인이다. 부안은 매창과 신석정을 떠나 문학적 느

                   이한다. 모두 괴로울 뿐이다. 당장 떠나고 싶지만, 경                    낌이 강하다. 부안 공무원들 가운데는 이런 문인기질
                   찰이 그를 보이스 피싱 용의자로 의심하면서 발까지                       을 가진 이들도 많았다.
                   묶인다. 영화는 그렇게 아름답지도 세련되지도 않은                        영화를 재밌게 하는 요소는 어떤 사람들인가를 생각
                   상처를 통해 학수가 자기 자신을 만나는 여정을 그리                      하게 하는 조연들이다. 학수 아버지(장항선 분)를 따
                   고 있다.                                             라다니는 파트너 중식 삼촌(정선철 분)을 포함해 렉카
                     개인적으로 영화가 더 흥미로웠던 이유는, 부안과                      3인방 등 동창들의 모습은 요즘도 자주 만나는 시골
                   몇 년간 인연을 맺은 나에게 다양한 상상을 하게 해주                     친구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었기 때문이다. 우선 건달 출신인 학수의 아버지와 학                      필자의 시골 친구들 가운데도 이제 고향으로 향하는
                   수의 갈등은 지금도 만나는 이 지역 출신 한 친구를 떠                    이들이 제법 있다. 귀향하지 않았더라도 변산 만큼이

                   오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부안군 같은 군 단위에는 이                     나 노을이 아름다운 ‘백수 해안도로’를 배경으로 노는
                   제 조폭 등으로 많이 어지럽혀진 폭력계가 있지만, 유                     친구들의 모습이 커뮤니티에 많이 올라온다. 사진을
                   년시절 시골에서 힘깨나 쓰던 건달 이웃이 있었다. 그                     보면서 그들도 영화 속 사람들과 같은 위로가 되었으
                   들은 학수의 아버지처럼 가정을 건사할 생각은 하지                       면 하는 마음을 많이 갖는다.
                   않고, 떠돌았다. 그들은 행세도 했지만 정권의 부침에                      랩을 좋아하는 고등학교 1학년 아이까지 세 식구에
                   따라 고난도 당하면서 지역 사회의 권력 구도의 한축                      게 따듯한 위로를 준 영화가 반가웠다.<오마이뉴스 7/17>
                   을 차지했다. 영화에서 조금 미화가 되기도 했지만, 이

                   런 흐름은 용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지역의 모습
                   을 보여준다. 그래도 이들은 의리라는 것을 아직 간직
                   한 사람들이다.
                     이런 지역에서 힘쓰는 양아치들보다 더 위협적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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