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전시가이드 2023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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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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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산 축제, 145.5×112.2, 1992




            세계에 스며들어 있다. 기존 작업실을 개조해 2023년 3월 새롭게 문을 연 가    강길원의 풍경화는 개성 강한 색채 미학에 근거한다. 그럼에도 분석적이거나
            로수길 전시장 ‘ART KANG’은 작지만 강한 공간으로, 작가의 평생 화업(畵業)  풍경의 의미를 서구에 빗대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 이른바 색채 서정주의,
            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작고하기 전의 근작들은 잔잔하고 부드러운 붓       세잔이 <생빅투와르산(Mont Sainte-Victoire)>에서 추구한 영원성의 미감
            질 안에서 ‘허실상생(虛實相生)’의 자유 미감을 화폭 전면에 가득 채운다. 전시    처럼 ‘한국의 자연풍경’이 머금은 ‘의지와 정감의 종합’을 적절히 오가는 ‘절충
            장에서 느껴지는 강약을 아우른 순환구조, 초기 인물화에서 느껴지는 시대 초       적 화해미감’을 중시하는 것이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이 <금수
            상과의 연결성은 강길원의 예술혼 속에서 ‘다시-구상시대’를 요청하고 있다.       강산>과 제주풍경 시리즈이다. 6년간 살았던 제주에서 바라본 산, 바다, 유채
                                                            꽃, 과수의 표현들은 형상으로 변별되기보다 색의 인상 속에서 기운생동(氣
            산-풍경의 순환구조에 담긴 긍정미학                             韻生動)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어느 곳에도 치우치지 ‘중용(中
                                                            庸), 균형의 깨달음’을 보여준다.
            과감한 조형, 섬세한 자연해석, 작가의 화면엔 짙은 초록의 산세(山勢) 표현이
            다양한 프리즘으로 해석돼 순환구조를 형성한다. 산세의 자유로운 해석은 아        2023년 ‘강길원의 재발견’은 현재진행형이다. 시류를 좇기보다 직접 찾은 도
            름드리 외곽선으로 전환돼 시대의 암울마저 다이나믹한 긍정의 미감을 낳는         시와 자연에서 발견한 정경(情景; 감흥의 美)을 ‘현장사생’을 통해 재인식하고,
            다. 저 멀리 이어진 산과 가까운 대상의 이어짐, 하늘과 바다를 연결한 듯한 깊    자신만의 짜임새 있는 구조를 진경(眞境)으로 해석해 파랑, 빨강, 노랑, 초록
            은 화면은 눈부신 햇살을 그림으로 이어놓은 듯 하다. 바다의 강렬함도 시원       등을 화폭마다 다르게 표현한 독특한 특질을 생성한 것이다. 작가가 사생하
            한 산의 풍토성도 추상을 머금은 구상체험 안에서 즉흥적 직관을 구축하는 것       며 마주했던 산과 바다, 하늘은 캔버스에서 깊은 선(線)과 색(色)이 되고, 타인
            이다. 부단한 조형실험을 통해 획득한 작가만의 ‘동시대성’은 자유롭지만 단순      의 마음을 사로잡는 순환의 풍경이 된다. 우리는 다시 구상시대를 요청하기
            한 선과 면, 변화무쌍한 색채의 파노라마 속에서 우주의 근원과 리듬을 포착       위해 ‘강길원의 풍경미학’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수십 년 전 그린 풍경과 최근
            한다. 이는 생을 다할 때까지 놓지 않았던 작가의 치열함과 진정성에 기인한       작들 사이의 공백이 크지 않다는 것은 작가의 작품에 시대를 관통하는 현대
            다. 대상을 잇는 자연스런 곡선, 원근의 시원한 묘미, 다채로운 색구조 속에서     적 감각이 배태돼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일찍이 시대를 앞서갔다. 강길원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한국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의 풍경화들은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동・서양 미감의 세련된 감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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