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전시가이드 2023년 03월 이북
P. 32
김재덕 컬럼
강남 봉은사-무량송운 91.0x116.8cm 수묵에 한지. 캔바스, 2022 산청 청취암-무량산운 50.0x72.7cm 수묵에 한지, 캔바스 2022
한량(限量)없이 광대(廣大)한 묵(墨)의 세계
심어지고 있다. 기억의 회귀본능인지 메타세콰이어(Metasequoia)처럼 곧게
수묵화가 박 창 열 뻗은 건강한 소나무의 다소 삭막한 모습보다 상품성에서 밀려났던 어린시절
눈에 익은 굴곡진 소나무에 더 깊은 정이 간다.
2023년 2월 10일~2월 19일 인사동의 골목안 갤러리 모나리자 산촌에서 수묵
글 : 김재덕(갤러리한 관장 칼럼니스트)
화가 박창열의 개인전이 열렸다. 이번 전시에서 수묵화가 박창열은 현대산수
화의 감성을 통해 시각적 풍경을 마음으로 느끼고 시각적 공감을 위해 바람에
우리나라 산과 들, 해안가등 어린 시절 보아왔던 소나무들의 모습은 대부분 평 흔들리어나는 소나무의 맑은 소리를 흑백의 먹빛과 필선으로 자연의 기운생
범한 화폭에 담겨진 굴곡진 모습의 노송(老松)의 형태들이었다. 바위틈을 비 동(氣韻生動)함을 전해주었다. 갤러리의 1,2층 전시장 안은 송운(松韻), 산운(
집고 나오느라 구불구불 형태가 그러한 듯 했고, 해안가 해송들은 해풍을 맞 山韻)의 무량(無量)함으로 한량없이 광대한 묵(墨)의 세계가 연출 되었다. 수
아 이리저리 허리가 휘어져 감아 올라가는 형태였다. 산중턱이나 들판의 비교 묵화가 박창열은 정통수묵을 현대에 이어오는 평생의 화업으로 묵의 농담을
적 편안한 환경의 소나무들도 굴곡진 형태로 우리의 모든 풍경 속에 자연스럽 통한 작가만의 독창적 필선으로 무량의 세계를 천착하고 있는 한국화가이다.
게 보여 지는 노송들의 모습이었다. 청소년기 알게 된 건강한 우리나라 소나
무들의 모습은 쉽게 동의 할 수 없었다. 일제강점기 일자로 곧게 뻗은 전국의 이번 2023년도 네 번째를 맞는 개인전에서는 전작에서 이어져온 풍경 무량산
건강한 토종소나무들이 베어져 일본으로 실려가 건축목재로 사용 되었으며 운(無量山韻) 연작 작품들과 함께 새로운 작업의 모티브(motive)로 삼은 홀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굴곡진 소나무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언제부 선 소나무의 형상을 도시와 자연속의 어우러짐으로 무량송운(無量松韻) 연작
터인가 해안가나 공원의 조경 소나무들은 곧게 뻗은 건강한 소나무들이 많이 을 발표했다. 작가는 바람에 흔들리어 나는 소나무의 맑은소리를 시각적으로
3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