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전시가이드 2023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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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화의 골기(骨氣)를 뽑아내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박창열의 산
수화는 산의 구조를 현대적 감성으로 파악하여 그만의 독창적 준법에서 나오
는 필선으로 표현되는 생명이 있는 자연풍경의 표현을 볼 수 있었다. 박창렬
작가의 독창적인 준(皴)의 사용에 따른 창작활동에 깊은 공감을 한다. 현대 산
수화의 준법의 주요함을 알기에 한국화가들은 먹선 표현의 기본 테크닉으로
활용한다. 특히 산수화의 표현에 있어서 더욱 그러하기에 사물에 맞는 준의 사
용을 박창렬작가는 적절히 화폭에 녹여내고 있는 모습이다. 산수화의 운필에
있어서 ‘준법(皴法)’은 산과 바위, 토파(土坡) 등의 입체표현에 따르는 양감(量
感), 질감(質感), 명암(明暗) 등을 나타내기 위하여 자연물의 표면을 표현하는
이천 산수유마을-무량송운 72.7x90.9cm 수묵에 한지.캔바스, 2022
유형적(類型的)인 운필법이기에 중요함을 강조한다. 산과 돌의 생김새 즉 문
리(紋理)를 표현하고 나아가서 음양(陰陽)의 향배(向背)까지 표현하는 데 쓰
이는 준법은 동양 산수화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화가들에 의해 개성 넘치는
각양각색의 화법으로 그 기능이 달리 발전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18세기
진경산수화가 정선(鄭敾)이 쓸어내리는 듯한 겸재준(謙齋皴)을 창시하여 사
표현하여 들려주고 있다. ‘2022-이천 산수유마을-무량송운’ 에서는 먹의 농담 용하면서 금강산을 비롯한 한국의 산하를 독창적으로 조형해냈다. 또 20세기
으로 극도로 절제된 원경의 산세(山勢) 앞에 홀로선 소나무의 솔잎을 스치는 의 한국 산수화가였던 이상범(李象範)도 미점준법(米點皴法)을 독자적으로
송운의 가느다란 소리가 귓가를 스치듯 지나가는 심성의 미학을 들려준다. 바 변형시킴으로써 한국의 조야(粗野)한 산야의 특징을 살려 그렸다. 박창열작가
람의 결을 따라나선 잔 줄기들은 그동안의 비켜지나간 세월을 이야기 하며 작 의 개성 있는 그만의 준(皴)의 창안은 화가가 가슴에 담고 전국을 유랑하며 화
가가 이야기 하는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영겁의 수를 헤아리게 한다. 마당 넓 폭에 옮긴 우리나라 지방의 산세를 현대적 감성으로 표현해 내는 주요한 영향
은 주택 정원의 전지(剪枝)된 소나무는 균형 잡힌 아름다움을 보여 주지만 사 으로 작용하였으며 2022년도 개인전 ‘세상의 모든 풍경’을 통해 먹빛으로 빚
람의 전지과정을 통한 인위적인 아름다움은 감상의 시선이 그리 오래 머물지 은 자연풍경을 감상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는 못한다. 작가가 자연에서 작업의 모티브로 차용한 소나무의 모습은 그에
비하면 비균형적이며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으나 자연 속에서 수많 ‘세상의 모든 풍경’후 이번 네 번째 개인전에 발표된 ‘무량송운’ 연작은 기본적
은 표피를 드러내어 쌓아 올리는 과정의 수많은 세월을 작가는 더욱 가치 있 인 준을 통한 풍경을 배경삼아 홀로선 노송의 기개(氣槪) 넘치는 모습이 깊은
는 미학으로 담론화 하고 있다. 감흥을 준다. 농담 짙은 묵의 운필은 세월의 흐름만큼 노송의 굵은 가지를 굴
곡지게 한다. 굴곡진 가지를 인위적인 간벌의 흔적이 없이 더욱 자연스러운
“.... 소나무는 그런 복잡함은 없지만 굵은 각질의 껍질과 나이테로 생의 기억 공간으로 운필하고 자유롭게 내어진 잔가지와 솔잎의 모양은 담묵의 필력으
을 압축해 나간다. 자연계에서 무엇이 옳고 그름은 없다. 그저 우연히 선택한 로 단순한 조형의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작가가 담론화 하는 천년의 세월
길이 끊임없이 달라질 뿐이다. 우리가 오늘 선택한 작은 무언가가 먼 세대를 을 두루고 바라보는 신목(神木)의 조형미를 깨우치게 해주고 있다. 어린시절
넘어 서면서 미지를 그려내고 있다. 때론 그러한 미지몽 미지몽이 인간 본래 보았던 자그마한 굴곡진 소나무의 형태에서 잠시 마음의 위안을 삼는 감상의
의 모습으로 회귀하려는 그리움으로 남는건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은 위대하 머무름과 미적심성을 키우는 소박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음에 감사를 드린다.
지만 언제나 불완전하고 부족하다. 그런 우리는 소나무의 굳건함과 오랜 생명
력에서 무한한 공감을 갖는다.“
-박창열작업노트중- 참고자료발췌-----------------------------
2022년도 3회 개인전에서 발표된 전작에서의 독창적인 준법에 따른 발표작 2022. 김재덕. 먹빛으로 빚은 자연풍경.
은 현대의 감각적인 산수화의 진보된 세련미를 갖추는데 산수화의 가장 기본 2023. 박창렬. 4회개인전 작가노트중 일부.
적인 기법의 차용으로 산의 형세(形勢)가 결정되고 작가의 개성이 돋보이게 https://blog.naver.com/ilamjcyong/222570789943
드러나는 묵의 농담이 중요한 요체(要諦)로 감상자의 시선을 머물게 하였다. https://blog.naver.com/momento77/222006241754
박창열의 이러한 개성 있는 운필은 모든 대상(對象)의 정신 및 외형을 통하여 https://blog.daum.net/gofor99/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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