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전시가이드 2023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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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Rhythm of ligh, 128x160cm, Acrylic(옻칠) Rhythm of ligh, 162x13cm, Acrylic(옻칠)
2023. 3. 1 – 3. 14 갤러리쌈지안(T.02-725-3589, 인사동)
옻과 빛의 세계를 창출한 융합적 창의성 말한다. 그러니까 이한은 창문으로부터 들어오는 빛에서 리듬(흐름)을 발견
한 것이고, 이를 작품으로 완성할 때 옻의 검은 색과 투명색 그리고 다소의 색
이한 초대전 채를 동시에 맺어(협화) 하나의 회화적 형태로 만들어 내고 있다.
어둠 속에는 빛이 존재하지만 빛의 세계에는 어둠이 존재할 수 없는 특성이
글 : 박명인(미술평론가, 한국미학연구소 대표) 있다. 그러니까 회화표현에 있어서 무열광을 사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유
열광에 의한 감성표현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열광에서 리듬을 창
견(創見)해낸 것이 이한의 회화이다. 또한 주색(主色)인 옻이라고 하면 지대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리듬을 발견 한 특성이 있다. 옻나무의 수피에 상처를 내어 침출하는 액을 옻이라고 하는
이한의 《빛의 리듬(Rhythm of the light)》이라는 주제에서 표출하고 있는 회 데 채취한 직후의 옻은 회색,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유상액이며 이를 생 옻이
화적 양식은 새로운 시도였고, 창조적이라고 말하게 된다. 분석해 보자면, 이 라고 한다. 생 옻에서 수분을 제거하여 착색제, 유성분 등을 첨가한 것을 정제
한의 《빛의 리듬》이란 유열광에 의해 시각에 미치게 하는 작용뿐 아니라 모 옻이라고 하고 흑색으로 칠하는 검은 옻, 투명 바니시양의 막을 부여하는 투
든 감각에 관계된다. 미학에서 미술과 음악을 협화와 하모니라는 점을 공통점 명 옻의 두 종류가 있다. 주성분은 우루시올이다. 이 옻의 두 성분, 즉 검은 옻
으로 들어 자주 거론되고 있지만 빛과 음악에 대한 비유는 이한이 처음 아닌 과 투명 옻을 응용한 것이 이한의 회화이다.
가 생각된다. 물론 빛에는 파장이 있어서 리듬이 있을 수 있지만 빛을 리듬과 이미 삼국시대 백제 무령왕릉 고분에서도 왕과 왕비의 옻칠이 된 목관과 두
연관 짓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이한은 협화와 음악적 리듬에 있어서 하모니 침 등 다양한 옻칠 제품이 발견되었고, 보관성이 떨어진다는 목재가 땅속에
를 같은 맥락에서 관찰하고 이를 작품으로 완성하고 있다. 동기적으로 보면, 서 천년을 견디어 현세에 전해지고 있다. 이것은 탁월한 방부, 방습, 방수 효
창문으로부터 들어오는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빛의 움직임에서 리듬을 발 과가 있고, 화학반응에도 탁월한 보존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일례로, 염
견하였고, 빛이 투과되는 형상성을 투명 옻에 의해 표현함으로써 《빛의 리듬 산보다 더 강한 왕수(王水)라는 액체에 대못(鐵)을 넣었더니 몇 분 만에 녹아
(Rhythm of the light)》이라는 주제에 정착하게 된다. 이 같은 리듬이란 음의 버렸는데 옻을 칠한 대못은 그대로 있었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이러한 연구
흐름을 말하는 것이고, 하모니란 두 개 이상의 음이 동시에 맺어지는 관계를 결과를 응용하여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예술작품이 옻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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