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2021년 01월호 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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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기(1913∼1974)의 대표작 <우주'(Universe 5-IV-71 #200>를 미술품 경매 최
                                                        고가(132억) 낙찰을 주도한 인물로, 송승헌 전 동원건설 회장의 장손으로 알
                                                        려져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작사건의 주인공 조영남의 무죄판결 직
                                                        후 《아트, 하트, 화투 그리고 조영남》 전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도 눈여겨 볼만하다. 기존 미술계가 손대지 못하는 이슈와 화제를 대중적인
                                                        아이디어로 정면돌파하는 젊은 열정에 대해 많은 기자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유학파 큐레이터 출신인 송 대표의 권유로 가
                                                        수 박규리가 전시기획에 손을 댔을 때, 혹자들은 “그냥 이슈화시키기 위한 이
                                                        벤트가 아닐까?”를 생각했다. 하지만 해학이라는 코드 속에서 임하룡과 한상
                                                        윤의 전시작품을 하나 하나 고르고 만들어 성공시킨 이는 바로 박규리 당사자
                                                        였다. 박규리는 인터뷰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이 예술
                                                        의 치유코드를 통해 개선된다면, 큐레이터에 도전한 보람이 있을 것 같다.”며
                                                        “미술계에도 신선한 아이디어와 대중적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연예인을 향한 수많은 시선, ‘눈동자의 미학’의 창출
                                                        40년간 희극 배우로 활동하며 우리 모두의 기억을 웃음으로 선사한 임하룡은
                                                        2021년 70세를 맞이했다. 늘상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며 연예계의 인품 좋은
                                                        선배로 기억돼 온 그의 성향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겼다. 모든 작품에 빠지지
                                                        않는 수많은 시선들, 자신을 보는 카메라부터 대중들의 시선까지 항상 임하
                                                        룡의 눈엔 타인의 ‘눈동자’가 반추되었다. 직업이 희극이다보니 인생이 희극
                                                        이 되었고, 마음에 웃음을 담다보니 작품은 어느새 해학이 되었다. 어린 시절
                                                        부터 그림에 관심이 많았던 탓에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보낸 힘든 시간을 그림
                                                        그리는 일로 견뎌냈다고 했다. 2018년 작가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그
                                                        는 어려운 때일수록 유쾌한 감정을 담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았다. 수많은 시
        임하룡, 일흔 즈음에, 2020                               선을 받을 수밖에 없는 연예인의 삶, 그의 작품엔 어려운 삶을 이겨낸 지난 세
                                                        월의 고뇌와 정화가 따뜻한 해학 속에서 살아 숨 쉰다. 그는 “아이디어가 떠오
                                                        를 때마다 손이 멈추질 않는다.”며 “유머는 웃음을 넘어서 치유와 감동을 주는
                                                        매개체”라고 말했다. 손의 기술은 다소 미숙할지 모른다. 하지만 눈동자와 어
                                                        우러진 언어적 상징(제목이나 문자)은 문학적 서사를 수수께끼처럼 가미시켜
                                                        임하룡만의 독특한 미학을 창출하고 있다.
         희극과 해학이 만난 《그림파티》
                                                        코로나를 탈출하기 위한 피크팝의 ‘행복 프로젝트’
        임하룡과 한상윤의 콜라보                                   행복한 돼지를 의인화하여 삶의 긍정적인 메타포를 추구해온 한상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여행과 ‘드로잉 케이팝(Drawing K-POP)’이라는 新 장르를 선
                                                        보였다. 동양적 필획을 골조(骨法)로 삼아 다양한 색채와 결합해온 작가는 지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난 10여년의 행보를 바탕으로 한국화의 원형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거
                                                        듭했고, 이를 수묵드로잉에서 찾았다. 어찌 보면 한국작가로서의 자부심을 되
                                                        새기는 동시에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보편언어를 한류(Korean Wave) 그
        수많은 눈동자가 등장하는 작품들, 돼지가 의인화된 유쾌한 이미지들, 해학과       가운데서도 ‘K-POP’의 젊은 열정과 결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약관의
        유머로 점철된 신나는 《그림파티》가 지난달 12일부터 2021년 1월 23일까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국제적 행사에서 거장들과 드로잉 퍼포먼스 펼쳐온
        피카프로젝트 청담본점에서 열리고 있다. 코미디언 임하룡과 팝아티스트 한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각자의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다인(多人)의 경험이
        상윤의 아트콜라보는 사실상 인생이 희극인 원로배우와 작품이 희극인 청년         콜라보 됐다.”라며 “기존 미술전시를 초월한 신선한 에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작가의 만남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전시를 기획한 이는 한류의 정점에 있던       전시의 목적”이라고 평했다. 한국최고의 희극배우와 해학적 모티브를 공유함
        걸그룹출신 가수 겸 배우 박규리라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                으로써 내용과 형식이 살아 숨 쉬는 대중문화의 한복판에 새로운 물결을 던지
                                                        고자 한 것이다. 현대인에 내재한 물질적 욕망을 3쾌(유쾌·상쾌·통쾌)라는 역
        박규리 기획, 미술공유플랫폼 피카프로젝트의 신선한 도전                  설의 매개체로 전환해온 작가는 이제 해학 너머의 자기유희를 통해 오늘의 어
        50여 군데가 넘는 언론매체가 박규리×임하룡×한상윤의 콜라보에 대해 다양        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견해를 내놓았다. 아트테이너(연예인 아티스트)의 작품참여에 대한 비판적
        시각부터 올해 70세를 맞이한 원로배우의 새로운 도전에 이르기까지 일간지        전시를 본 미술관계자는 “두 작가를 관통하는 해학이라는 정서가 추운 겨울
        미술뉴스와 연예뉴스에는 미술비평과 문화이슈가 이례적으로 보도되어 이전          의 추위까지도 녹이는 듯하다”며 “힘든 하루를 미소 짓게 하는 여유와 낭만이
        과 다른 새로운 전시형태가 만들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2020년 초 새롭      전시 곳곳에서 베어난다”고 소회를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따뜻한 마음
        게 시작한 미술품 공유경제 플랫폼기업인 (주)피카프로젝트(공동 대표 송자        이 필요한 요즘, 그림파티가 선사하는 작은 웃음과 함께 우리 모두의 행복한
        호, 성해중)의 송자호 대표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한국 추상미술 선구자 김환     미래를 꿈꿔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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