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전시가이드 2020년 1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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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권의 아트스토리





































        천년의 꿈. 2                                        천년의 꿈. 3





         일상으로의 초대’                                      〈천년의 꿈. 1(광목에 채색)〉은 삼국시대 백제대향로에서 영감을 받아 차용,
                                                        응용한 작품으로 역시 내용적, 조형적으로 완성도가 높다고 본다. 일단 화폭
        서민자 작가                                          중앙에 배치한 대향로는 오랜 시간 연못 속에 잠겨 있었다는 생각이 전혀 들
                                                        지 않은 고고한 자태를 뽐내면서 강한 에너지를 품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대
                                                        향로 주변의 조형 기호들 역시 바탕 재료인 광목의 번짐 효과에 의해 마치 은
        글 : 김용권(겸재정선미술관 관장)                             은한 소리를 내는 듯, 짙은 향기를 품어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강한 생명
                                                        력을 발산하고 있다.
                                                        〈천년의 꿈. 2(광목에 채색)〉는 조선시대 창덕궁 실내 계단의 난간 역할을 했
        최근 들어 호정 서민자 작가는 우리 문화유산에서 영감받은 것들을 현대인들        던 상스러운 동물조각상과 옛 건물 지붕에 배치된 인물 및 토신 형상의 잡상雜
        의 취향에 맞게 탄생시키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의 최근 작품      像을 차용, 응용한 창작민화로 역시 완성도가 높다. 이른바  그의 〈천년의 꿈.
        경향은 우리 역사 속 유물을 선택해 깊게 감상, 연구하고 그 유물에서 받은 감     2〉는 전통 속의 상스러운 동물조각상과 잡상이 우리 선조들을 훌륭하게 지켜
        흥과 인상을 작품화하는 창작 활동을 보다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주었듯이 불안, 초조, 갈등으로 반복되고 있는 현대의 일상으로부터 모두가 무
        그가 이번 서울 익선동 ‘갤러리 공간35’ 기획 초대로 10월31부터 11월11일까  탈하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또한 화폭 중앙에 배치한 영친
        지 선보이는 40여점 작품 가운데, 대표적인 〈신 몽유도원도〉와 〈천년의 꿈〉     왕비英親王妃 이방자 여사의 유품인 경대鏡臺 역시 주목하게 되는데, 이와 같
        시리즈 등이 바로 우리 전통 속의 유물을 성공적으로 차용, 응용한 창작 민화      은 경대 표현에서 과거와 현대, 나와 이웃, 우리 민족을 돌아보게 하는 메시지
        라 할 수 있겠다.                                      를 전달받게 된다. 그 밖에도 〈천년의 꿈. 2〉에 표현된 조형기호와 색채의 조
        알다시피 〈신 몽유도원도(비단에 석채)〉는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영감을       합은 파도가 물결치듯, 자연이 합창하듯 아주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표현되어
        받아 차용, 응용한 것이다. 내용적으로 이상세계에 대한 여러 방향으로 현대       있어서 계속 주목하게 된다.
        적 해석이 가능하고, 조형적으로 장식적, 회화적인 멋, 느낌이 충분하게 담겨        이상과 같이 서민자의 창작민화는 고전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가
        져 있다고 본다. 특히 조형적인 면에서, 주요 제재인 몸유도원을 하늘과 땅의      장 현대적으로 보여 지고 느껴지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그의 창
        경계 없이 진채 색으로 그려 넣은 것과, 화폭 중앙 중심에 달 혹은 해로 보이는    작민화는 우리 옛것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고 민족성에 대한 자부심, 자긍
        원 안에 삼국시대의 대표적인 조각물인 반가사유상 얼굴 부분을 그려 넣은 것       심을 갖게 하는 한편, 현대의 우리 모두가 갈망하고 있는 행복, 건강, 장수 등
        이 크게 돋보이다. 또한 화폭 중앙 우측으로 오랜 역사를 묵묵히 지켜 온 한강     의 메시지를 시원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조형적으로도 표피적인 장식적 아름
        과 현대의 건물, 천도복숭아 나무 등을 그러넣은 것 등이 우리 선조들과 현대      다움에 그치지 않고 있으며, 회화적으로 무언가 깊게 파고들면서 감상하게 하
        인들이 갈망하는 이상세계를 동시에 떠오르게 하는 표현으로 볼 수 있어서 아       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주 획기적, 창의적인 시도라 할 수 있겠다.                        끝으로 짚어야 할 것은, 지금까지 그는 재현민화에도 충분한 기량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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