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2022년 02월 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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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달빛, 2022



         Full Moon(풍요의 달),                              류재춘은 K-Paper(한지)에 먹 작업으로 자연을 이미지화하고 배경이 될 그

                                                        림을 여러 장 겹쳐 그려 빛을 투과하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한다. 가상과 현재
         류재춘이 되다!                                       를 나누는 ‘사이의 경계’를 해체시켜 현실/비현실을 하나의 세계로 전환시키
                                                        는 LED 발광효과를 개발한 것이다. 기존 묵화에서 만나던 전통의 장막을 거
                                                        두고 의미로 치환된 ‘지금-여기’의 한국화를 미래경(未來景)으로 전환하는 컨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템포러리의 극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림 안에는 마치 바로크 시대가 발견
                                                        한 빛의 하이라이트처럼, 그림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광원의 다차원이 존재하
                                                        며 희미한 여명, 황혼녘의 산수, 별빛이 쏟아지는 달밤의 에너지 등이 사물과
                                                        관람자를 연결하는 ‘풍요의 미학’을 창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화의 예술적
        나우갤러리(관장 이순심)는 최근 침체된 한국화의 새로운 발견을 통해 ‘K-       의의와 가능성을 알리는 작가의 시도이자, 지금까지 국내 미술시장에 본인의
        POP’을 잇는 ‘K-Wave’를 이끌고자 류재춘 작가의 ‘다이나믹한 행보’에 주목한   작업을 크게 선보이지 않았던 30여 년간 연마한 ‘류재춘 만의 한국화’를 보여
        전시 《FULLMOON 마음의 달, 풍요를 품다》(2022.2.15.~3.5)를 개최한다. 주  주는 자리이다. 작가 자신이 동고동락했던 과거와 현재를 통해 ‘기술과 연계
        지하다시피 한국화는 밀레니얼과 만나면서 소외장르로 분류됐으며, 미술관          된 한국화’의 비전을 선보이는 반회고전식의 전시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이나 갤러리의 물리적 전시규모나 실제 미술시장에서 불균형 현상과 만난 것        넘쳐나는 풍요의 시대 속에서 정작 대다수의 예술가들은 본인의 결핍을 예술
        이 사실이다. 오늘의 한국미술이 단색화식 추상미술과 팝아트 풍의 정형화된        로 표현하지만, 류재춘은 막강한 제작기술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오롯이 소외
        유행에 한정됐다는 점도 나우갤러리가 류재춘에 주목한 이유이다.              된 전통 한국화에 균형어린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풍요의 세계관, 결핍의 시대를 긍정으로 채우다.                      색채와 빛으로 빚어낸 ‘K-Painting’의 미래
        법고창신(法古創新), 전통한국화에 토대를 두되 오늘의 가치를 더해 새로운        류재춘의 작품들은 풍요로 점철된 작가의 정체성을 통해 세상을 행복과 긍정
        원형을 만들어가는 류재춘 작가의 핵심미학이다. 오랜 시간 한국화의 다양한        으로 물들인다. 긴장감 있는 관조와 자기수양의 과정을 보여주는 기존 대가
        준법(皴法)을 현대적 색채로 거듭 혁신하여 여백과 붓질 속에 담아낸 작가는       들의 작품성을 놓지 않으면서도, 색과 빛을 통한 감성의 향연을 더해 시원하
        ‘다이나믹한 세련미’를 더해 한국화의 오늘을 재해석한다. 색과 빛을 머금은       고 따뜻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이다. 작가는 ‘자연의 초상-바위꽃-보라’ 시리즈
        보라색의 풍요를 Fullmoom의 에너지에 담은 작가는 최근, 한류를 이끄는 CJ   로 작품의 세계관을 확장시키면서 정반합(正反合)을 통한 ‘합목적적 세계관’
        올리브네트웍스가 발행한 200여개의 최초 한국화 NFT 작품을 10초 만에 완     을 보여준다. 자연을 재구성한 구상화를 표현한 ‘자연의 초상’ 시리즈는 재현
        판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작가는 묵직한 먹과 한지를 대상화한 담대한 세계관       의 진경(眞境)과 원경(遠境)을 통해 전통한국화의 원형(原形, Prototype)을 탐
        뒤에 미디어특허·메타지능·AI 등 신기술력과 만난 K-Painting을 통해 한국화  색한다. 파묵(破墨)을 통한 개념추상을 그린 ‘바위꽃’ 시리즈는 물에 부서지는
        의 변용을 이끌고 있다. 류재춘의 메타공간은 산수 대상을 원근개념으로 이미       파도와 연결된 바위들의 생명력을 통해 얻은 깨달음의 결과이다. 작가는 바위
        지화하는 기존 방식을 넘은 다층의 세계관을 창출함으로써 한국화의 경계를         의 유기체적 아름다움을 꽃에 비유함으로써 추상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탐구
        가로지르는 확산의 네트워크를 보여준다.                           한다. 작가의 최신작인 ‘류재춘의 보라(Purple)’ 시리즈는 몽환적 꿈을 상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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