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2022년 02월 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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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홀먼 헌트, <세상의 빛>, 1854년, 캔 버스에 유채,   아우구스투스 에그,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년도 미상, 판넬에 유채, 17.1×10.8cm,
                                49.8×26.1cm, 세인트 폴 대성 당(런던)                             국립초상화미술관(런던)


            전하여 치열한 전투를 치르게 됩니다.                            Augustus Egg(1816~1863)가 그린 나이팅게일의 초상화로 알려진 그림 입니
            이때 우리가 잘 아는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이 38명의 간호사를 이끌 고 이    다. 그림이 정확히 언제 그려졌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나이팅게일이 아직 크림
            스탄불의 스쿠타리 병원으로 갔습니다. 당시 군병원은 말만 병원이 지 부상병       전쟁에 참전하기 전에 그려진 것으로 보이는 그림입니다. 생각 에 잠긴 나이팅
            들이 응급 치료만 받고 지저분한 군복을 그냥 입은 채 방치되었 지요. 나이팅      게일이 자신의 소명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보이네요. 우리는 흔
            게일은 우선 환자들의 위생 상태를 개선하기로 마음먹었습 니다. 환자복을 갈       히 나이팅게일을 등불을 든 ‘백의의 천사’로만 기억하곤 하지 요. 하지만 이처
            아 입히고, 침대 시트를 청결하게 갈아 주며, 청결한 병 원 체계를 만들어 갔습    럼 나이팅게일은 의료 물품 보급에 문제가 생기면 등불 대 신 망치를 들고 직
            니다. 요즈음 입원하면 경험할 수 있는 병원의 입원 환자 위생 관리 체계를 만     접 창고의 문을 부수는 ‘백일의 전사’이기도 하였지요.
            든 것이죠, 또한 환자에 대한 통계자료를 만들어 활용함으로서 환자 사망률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간호사라는 전문직은 등불을 든 백의의 천사
            42%에서 2%로 획기적으로 감소시켰던 것 이지요.                    라는 프레임에 갇혀 친절과 희생을 강요받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 습니다. 대
            이는 부상병들이 심각한 부상으로 죽는 것보다 야전병원에서의 감염으 로          다수의 간호사들은 자신을 천사로만 기억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입니다.
            죽는 경우가 20배나 더 많았음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획기적인 사       그렇다고 전사로 기억되고 싶지도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냥 일반적인 인간
            망률 저하는 나이팅게일을 실제 ‘등불을 든 천사’로 기억하게 한 이유가 된       적인 간호사로 기억되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것입니다.                                           영국의 화가 제리 베렛Jerry Barrett(1824~1906)이 그린 <스쿠타리 병 원
            나이팅게일은 전쟁이 끝난 후 런던으로 돌아와서 세인트토머스 병원에 처음         에서 부상병을 인수 받는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 receiving the
            으로 ‘나이팅게일 간호학교’를 설립합니다. 이로써 근대적인 간호학 의 정립       Wounded at Scutari Hospital>에서도 크림전쟁에서 활약하는 나이팅게일
            과 체계적인 간호사가 양성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국 성공회 에서는 그       이 있습니다.
            녀를 성인으로 추앙하여 매년 8월 13일을 ‘나이팅게일 축일’로 기념하고 있습     그림의 한가운데에는 나이팅게일이 부상병 처리를 위해 진두지휘하고 있습
            니다. 이런 역사 속에서 사회 참여가 활발해진 영국의 젊은 여성들은 전쟁이       니다. 주위에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당시 영국과 터키의 장군과 병 사들 그
            나면 간호사로 참전하는 전통이 생겼고, 영국의 간호학 이 20세기 초반까지       리고 군의관을 비롯한 병원 관계자들입니다. 오른쪽에 크게 열린 문으로 보
            세계를 선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는 바깥 풍경에는 소피아 성당과 하렘이 보여 이곳이 이스탄 불이라는 것
            앞쪽의 그림은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에 유명한 화가였던 아우구스투스 에그         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코너는  칼럼니스트의 의도하는 바를 존중하며 경어체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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