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2022년 02월 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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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현 컬럼
카미유 앙로 특별 초대전, ''Days are Dogs'', 2017-2018, 파리 팔레 드 도쿄 전시장 입구
에스프리누보 잉 연작 『애착 체계』와 『유축』은 모성(母性)에 대한 탐구였던 셈이다. 이는 그
녀 자신이 관심을 갖고 습득한 ‘인류학’과 ‘인식론’적 지식을 바탕으로 영아기
새로운 정신 의 빨기, 울기, 웃기, 안기, 매달리기, 따라다니기 같은 행동을 <구상과 추상의
중간 형태>로 표현한 것이다. 카미유 앙로의 페인팅은 지금 이 순간 우리의 현
실 즉, <COVID-19 팬데믹> 상황을 반영시켰다. 그 작품들은 카미유 앙로가
글 : 김구현 (AIAM 미술 경영연구소 대표) 집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동안 제작되었다. 더 이상 안전한 공간은 없
으며 모든 곳은 오염되었고, 육체들은 이렇게까지 본래가 연약한 존재라는 것
을 보여줬던 적이 없었다.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가 보호에 기반한 것인지 양분
을 나누는 것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인육을 먹는 Cannibalism에 기반한 것
2020년 여름, ‘코로나 블루’에 지쳐가던 서울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전시 인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사고의 숨통을 트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
장이 있었다. 아기를 꼭 끌어안은 엄마의 얼굴에서 행복이 번지는 그림이 있 쩌면 명확한 방향으로 생각을 갖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화요일(Tuesday)
는가 하면, 유축기로 젖을 짜내면서 화가 폭발하는 듯한 작품도 있었다. 바로 의 어원이 북유럽 전설 속 전쟁과 승리의 신을 일컫는 ‘티르(Tyr)’에서 출발한
전해에 엄마가 된 카미유 앙로(Camille Henrot) 작가는 영상 인터뷰를 통해 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화요일은 인류의 시간 동안 그것이 상징하는 힘과 권력
"엄마와 아이 사이 정서에 대한 탐구다. 아직 사물을 부를 수 없는 아주 어린 의 가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왔다는 것이다. 달리고 호흡하고 털을 다듬는 경
시절의 느낌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바 있다. 카미유 앙로는 <인류학 주마의 이미지와 매트 위에서 훈련하는 주짓수 선수의 모습을 ‘슬로우 모션’으
적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인간의 행동 유형과 원초적 감정 탐구, 인간 습성 로 엮은 영상은 초기 문명부터 전쟁의 도구로써 말과 무술이 힘과 권력을 상징
이나 중독 같은 행동양식 등을 ‘시적 메타포르’에 담아 표현하는 마치 인류학 해온 것과 같이 경쟁에 관한 장면을 암시한다. 그러나 카미유 앙로의 『화요일』
자 같은 여성 미술가이다. 에서는 경쟁과 승리의 환희보다는 다음 움직임이 일어나기 직전 찰나의 순간
이 응축하는 긴장감에 집중한다. 또 다른 작품 『토요일(2017)』은 작가가 토요
2020년 7월 23일부터 9월 13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최되었던 카미 일에 뉴욕이나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를 방문
유 앙로의 개인전 「토요일, 화요일」은 일주일을 구성하는 각 요일마다 사회 안 해 촬영한 영상 작업이다. 영상은 토요일을 안식일로 지키고 침수 세례를 거
에서 정형화되어 반복하는 인간의 행동 유형을 문화인류학과 신화학, 종교, 소 행하는 재림교의 예배 장면과 종교 방송의 녹화 장면을 신경 검사, 식품 광고,
셜 미디어, 정신분석이론을 참조 삼아 묘사했다. 2층 벽면에 걸렸던 수채 드로 보톡스 시술, 빅웨이브 서핑, 내시경, 시위의 이미지와 결합하고 있다. 인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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