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2022년 02월 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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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류장복 작가
굳건한 조형적 구성 위에 유려한 선의 흐름이 불러일으키는 파격적 자유로움
글 : 이주연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7월 11일 카페 ‘고이’에서, mixed media on cotton, 100×100㎝, 2021
사실적인 기억의 풍경 묘사로 잘 알려진 류장복 작가의 일산 작업실을 방문했 이 중첩되는 페인팅의 무거움에서 날 것의 감각이 두드러지는 드로잉으로 옮
다. 실내에서 바깥 풍경을 조망하는 시점의 유채 풍경화가 많은 것은 알고 있 겨가면서 경쾌함을 느낀다. 드로잉은 지금 여기라는 현장의 실감을 더해주며
었으나 대상을 평면화시키는 선묘로 가득찬 일련의 작품들도 발견하게 되면 무엇도 될 수 있는 획의 추상성을 높여준다. 더 가깝게 감각할 수 있는 주변
서 작가에게 사생은 아이디어의 시작점이며 여기에서 출발하여 일상의 아름 의 일상을 설명하기에 앞서 표현하고 싶은 욕망에 충실하려 한다. 이는 물감
다움을 무척이나 감각적으로 넘나들면서 자유롭게 표출하고 있음을 알게 되 의 물성적 존재감을 또렷이 드러내며 미시적인 회화 공간의 투명성을 확장하
었다. 기존의 작품이 단단함이라면 새롭게 발견한 작품은 뾰족한 감성이 있다. 는 회화적 시도이기도 하다.
작가의 작품 제목들은 설명하고 있으나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 듯 이중적이
면서도 서정적인 매력을 지녔다. 작가에게 질문하였다. 작가의 작품을 모두 알지 않아도 작품 하나하나가 독특한 각각의 개성을 전달
한다. 작품이 어떻게 변해왔으며 현재 하고 있는 작업은 무엇인가.
두터운 임파스토의 유채나 압축목탄 작품에서 느껴지는 진중함도 좋지만 감
각적으로 흩뿌리는 선과 담채, 추상적 공간 구성 등은 기존과는 달리 파격적 압축근대화를 떠올리게 하는 탄광촌 철암을 사생했고 빈부가 공존하는 한남
인 느낌이다. 동과 일산 신도시 경계 지역을 사생했다. 요즘은 주변에서 눈에 띄는 장면을
기억과 결합된 감각의 산물인 ‘느낌’ 위주로 사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또 다른
페인팅과 드로잉으로 구분한다면 페인팅은 긴 시간을 두고 획이 쌓이면서 물 시간대인 오래된 유년의 기억 속 일상 세계를 떠올려 글과 그림으로 재생하고
감의 층위를 구분하여 획 사이의 틈을 확보함으로써 회화 공간의 투명성을 담 있다. 또한 <넘어지는 사람들>처럼 < ~하는 사람들>을 제목으로 하는 대형
보하는 반면, 드로잉은 짧은 시간에 뿌려지는 붓질의 빠른 속도 때문에 열린 드로잉 연작을 기획 중이다.
구조의 회화 공간을 갖는다. 페인팅과 드로잉의 최종 표면 질감은 다르나, 시
간 차에 따른 회화 공간의 투명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둘은 다르지 않다. 기억 그림 속으로 몰입하여 실감하는 것이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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