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2022년 02월 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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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 컬럼
무하유지향-룩 FW, 72.7x72.7cm, mixed media, 2021
미니멀(Minimal)과 무하유(無何有) 합성 언어
미니멀회화(最小主義)는 작가가 추구하는 주관적 형상을 추구하면서 이상적
서양화가 남 기 희 인 회화의 가상공간을 거부하고 구성상 나눌 수 없는 최소한의 단순한 형태를
취한다. 이 화풍은 이전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이 지향한 감정과 주관의 지배적
이었던 표현 경향에 반하여 나타난 표현 방식으로 최소한의 조형 수단을 사
김재덕 (갤러리한 관장, 칼럼니스트) 용, 극도의 몰개성을 지향하는 신 개념의 추상표현의 양식이라 할 수 있다. ‘최
소한의, 극소의 미술표현’이라는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금욕적이리 만큼 절
제된 양식과 극도로 단순한 제작방식을 채택하여 미술 작품의 실재와 본질을
서양화가 남기희는 회화 표현에 있어서 미니멀회화(minimal art)의 최소주의 강조하였다. 이전의 추상표현주의의 각 단위들 사이에 유기적 관계나 화면에
(最小主義)에 근원한 단순표현 기법과 함께 사상적으로 장자의 무하유(無何 서 나타나는 회화적 감성의 상관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추상 표현에 있어서
有) 정신을 자신만의 창작활동으로 천착해 나가는 화가이다. 미술 사조에 있 전통적으로 은유나 상징체계가 작품의 내부에 존재한다는 가정을 거부하는
어서 남기희작가의 회화표현 방식이 미니멀리즘으로 단정하기엔 모순이 따 미니멀아트는 그 의미를 외적인 것에 의존하고 있다. 감상자 에게 공적인 공
를 수 있지만 표현의 기법과 함께 담론화 하는 동양사상에 근거한 작가의 작 간에서의 경험을 유도함으로써 실제 공간 속에서 관람자의 역할을 개입시키
업철학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모노크롬(monochrome) 추상회화로 보기 보단 는 경험적 개념도 포함한다. 이는 작가의 주관을 배제함으로써 사물의 고유한
미니멀 아트와 함께 해석하는 과정이 작가가 의도하는 작업관에 동의 할 수 특성을 제시하는데 감상자의 역할을 함께 공유 하고자 함이다. 남기희 작가는
있는 표현 방식으로 해석하기에 무리가 없을 것 이다. 작가의 작업 과정에 있 회화적으론 대상의 본질만 남기고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여 최소한의 색
어서 동양철학이 내면에 자리하고 있기에 유용성의 기준에 따르면 쓸모없다 상을 사용하고 기하학적인 단순형태 만을 표현하는 절제된 화면 구성을 통해
고 판단되는 것은 무시되거나 배제되어도 좋은 것이 된다. 남기희작가의 창작 심미감을 전달하는 최소 주의의 표현 양식을 통해 감상자와 소통하고 내면의
세계는 시각적 표현은 형태와 색채의 극단적 절제를 이루어 최소주의로 나타 언어를 합성 언어로 조합하기 위해 그의 동양사상을 나누는 과정을 포함 한다.
내어지는 경향과 함께 작가가 의도하는 작품 내면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장자
의 소요유(逍遙遊)에 비출 때 현대사회에서 실용성과 목적성에 기준하여 시 “미술에 있어서의 미(美)라는 것을 내용은 무엇이고, 기교는 무엇인가로 판단
각적인 것만을 가지고 모든 것을 판단하기엔 모순이 수반될 수밖에 없기에 미 하는 것은 잘못이다. 미술에 있어서 내용은 그 기교에 의해 생긴 동기이다. 그
니멀로 좀 더 가까이 접근해 본다. 러므로 어떤 표현을 하면 무내용적이라는 시각현상에서도 내용이 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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