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2022년 02월 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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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는 사람, oil on linen, 45.5×45.5㎝, 2021  꽃들이 핀다 모든 경계에서, ink and acrylic on linen, 90.9×145.4cm, 2021



















                          해바라기, acrylic on linen, 45.5x45.5cm, 2020  흰, colored charcoal on paper,  6월 16일 요란하던 햇볕이 가만가만 잦아
                                                               128.5x99cm, 2020 듦에 따라, charcoal and acrylic on linen,
                                                                                    145.5x112.1cm, 2021



            이라 생각된다. 이는 감상교육에서도 가장 중요한 핵심인데, 작가이자 교육자       감각적 현상을 여하히 복원하는가가 관건이다. 현장에서 그린 드로잉을 또 하
            로서 이 방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달라.                         나의 자연으로 간주할 때 야외 작업의 실감을 이어갈 수 있다. 실내 작업은 그
                                                            림의 물리적인 크기를 크게 확대하고 드로잉의 동적인 여정을 반복하면서 두
            기억과 결합된 감각의 산물인 ‘느낌’을 끄집어내는 능동적인 감상 태도가 필요      터운 회화적 질감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야외 사생에서 벌어지는 감각적인 사
            하다. 작품은 작가의 감각작용을 거쳐 나오므로, 작가와 감상자의 느낌이 서로      건을 실내 작업에서 재생시킬 때 기억이 동원된다. 기억이 개입할수록 느낌은
            연결되면 공감이 발생한다. 작가의 느낌을 빗겨나거나 지나쳐 자신만의 고유        짙어지고 짙은 느낌이 이끄는 대로 사건은 재구성되는데, 무엇보다 눈앞에 떠
            한 느낌을 일구어가도 좋다. 직접 경험이 이해를 완성시키듯 감상은 직접적인       올린 가상의 현상을 감각하는 몰입도가 요구된다. 그림의 어원을 ‘그리워하다’
            실행을 통해 완성된다. 기법 속에 관점이 녹아 있듯 고유한 느낌을 앞세워 작      에서 찾아볼 수 있듯 그림의 시작점에 그리움이 있다.
            품 제작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필요하다. 기계적으로 숙련된 솜씨의 ‘잘
            그린’ 그림이 아닌 개성적인 ‘좋은’ 그림을 지향할 때 모두의 생각과 느낌을 전    작가에게서 컬럼 게재를 위한 작품 이미지를 받았는데, 확대해서 어느 부분
            달하는 수단으로서 ‘미술의 민주화’가 가능할 수 있다. 가령 미술실기 과정에      을 보더라도 치밀한 구성미로 인하여 하나하나가 모두 작품이 되는 확장적인
            서도 각자의 느낌을 앞세워 ‘흐름,’ ‘디테일,’ ‘파격’이라는 그림의 순서를 익힌   느낌을 받았다. 굳건한 조형적 구성 위에 유려한 선의 흐름이 불러일으키는
            뒤 서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각자의 관점과 연       파격적인 자유로움은 샤갈(Marc Zakharovich Chagall/1887-1985/프랑스)
            결된 기법을 숙련시킴으로써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 소위 ‘잘 그린’ 그림이     이나 뒤피(Raoul Dufy/1877-1953/프랑스)를 연상시킨다. 이러한 표면의 느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면 ‘좋은’ 그림은 각각 다른 여정을 갖는다. 동사적인 주     낌과 더불어 감각에 기억을 덧대어가며 구성하는 새로운 공간의 창조적 재현
            체의 정체성은 ‘그림’보다 ‘그리기’에 있기 때문이다.                  이 매력적인 이유는 ‘리듬감이 뛰어나며 세련미가 물씬 풍기는 필력’(심상용,
                                                            2011) 덕분이며, ‘세계와 삶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지닌, 천적으로 타고난 인
            시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감각과 지각, 파편적인 기억들은 실제로 현실의 경계       성’(박영택, 2007) 때문이고, 미술, 무용, 음악, 연극이라는 분야를 넘나들며 예
            선상의 왜곡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에 실재하는 대상과 현상을 현장에서 기록        술간의 협업(‘흰’展, 2020)을 주도한 작가의 열린 가치관과 태도 덕분이다. 이
            한 후 작업실로 돌아와 작품으로 구성할 때 모든 것이 새롭게 재구성될 수 있      제까지 작가의 행보가 그랬다. 작가만이 알고 있는 구체적인 대상과 현상에
            다. 야외 스케치 이후 이루어지는 작업에 대해 설명해달라.                서 출발하지만 그 표현에 공감하는 까닭은 회화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미술
                                                            이 소통과 교류를 위한 매개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작업하기 때문일 것이
            생생한 붓끝의 활기를 유지할 수 있는 야외 사생의 미학적 활기를 실내 작업       다. 2022년 5월 작가의 개인전이 통인화랑(관장 이계선)에서 있을 예정이다.
            에서도 얻을 수 있을까. 기억에 의존적인 실내 작업에서는 그때 거기에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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