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2022년 02월 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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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집옥재 전경











        고종의 서재...집옥재                                    다. 게다가 단청의 색상도 다른 건물과는 다르다. 한국적 단청의 양식을 지니

                                                        고 있지만 붉은색 계통은 적고 청색과 녹색 계통을 많이 사용하여 중국풍 단
                                                        청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회화에 비교하자면 청록산수화의 느낌이다. 청록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산수화는 중국 당대(唐代)의 이사훈(李思訓)과 이소도(李昭道) 부자가 완성한
                                                        구륵(鉤勒)에 의한 산수화와 명말(明末) 일부 화가들이 그린 몰골(沒骨)에 의
        집옥재(集玉齋)는 '옥처럼 귀한 보물을 모은다'는 뜻을 지닌 고종이 서재로 사     한 산수화가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에 십장생도 등
        용했던 곳이다. 경복궁의 북쪽에 위치한 건청궁의 서쪽에 자리잡고 있으며 왼       의 민화 분야에 널리 퍼졌고, 대표적인 근대 작가인 안중식, 김규진, 이상범, 노
        쪽에는 팔우정(八隅亭), 오른쪽에는 협길당(協吉堂)이 복도로 이어져 있다. 집     수현 등도 청록산수를 남겼다.
        옥재는 48평 규모로 고종의 서재였지만 외국공사 접견이나 연회장소로도 사
        용되었으며, 37평 건물인 팔우정은 집옥재의 서고로, 9평인 협길당은 집옥재      실내로 들어서면 천장과 벽면의 단청이 매우 화려하다.
        의 부속건물로 쓰였다.                                    천장은 왕궁 건물에 걸맞게 우물반자에 화려한 단청을 하고 세 개의 감입천장
                                                        (嵌入天障)으로 장엄을 하였다. 가운데 감입에는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용을,
        1876년(고종 13) 경복궁에 큰 불이 나자 고종의 거처를 창덕궁으로 옮기면     양쪽의 감입에는 봉황을 단청 채색하여 그려 넣었다. 우물반자에는 다른 전각
        서 1881년(고종 18) 창덕궁 함녕전의 북별당으로 집옥재와 팔우정, 협길당을    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형상을 볼 수 있는데 중국 고대 문양인 ‘기룡(夔龍)무
        함께 지었다. 1888년(고종 25) 거처를 창덕궁에서 다시 경복궁으로 옮기면서    늬’와 기봉(夔鳳)무늬’가 그려져 있다. 작은 날개를 달고 있는 상상 속의 상서
        1891년(고종 28) 이 건물도 함께 경복궁으로 옮겨졌다.               로운 짐승 무늬이다. 이것이 집옥재의 천장 뿐만 아니라 포벽, 머리초의 계풍,
                                                        궁창, 낙양 등에 쓰이게 된 것은 건물을 지을 당시에 청나라의 건축 기술자들
        정면 5칸, 측면 4칸의 다포식 맞배집 구조이다. 당시로서는 최신의 중국풍 양     이 다수 참여했기 때문일 것이다.
        식을 도입하여 경복궁 내 다른 건물들과는 색다른 중국과 한국의 건축 양식이
        절충된 퓨전 건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외부에서 보면 단층 건물로 보이나 내     여기에 현판은 중국 북송(北宋) 때의 서예가 미불(米芾)의 글씨를 세로로 집자
        부는 2층 구조로 되어 있으며, 벽돌과 유리라는 새로운 건축 자재가 한옥과 만     (集字)하여 만들어서인지 중국풍을 더욱 짙게 한다. 앞면 퇴칸은 개방된 구조
        났다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기와를 얹은 한옥은 지붕이 무겁기      이며 좌우 벽면의 인방(引防, 기둥과 기둥 사이에 건너지르는 가로재) 윗부분
        때문에 기둥이 굵고 그 수도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벽돌을 사용한 덕분에     에는 돋을새김하고 단청 채색한 봉황무늬도 이색적이다. 문짝은 한옥에서 사
        기둥의 수를 줄일 수 있어서 실내 공간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었다.          용하는 분합문(分閤門, 대청 앞에 들이는 네 쪽으로 된 창살문)을 달았는데 문
        여기에 단청은 매우 화려한 금단청을 하였다. 궁궐의 전각에는 대체로 모루단       을 위쪽에 걸 수 있어서 바람이 잘 통하고 시원하다. 문짝 아래 궁창의 청판 윗
        청을 하였지만 집옥재만은 경복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금단청을 하였        부분에는 기룡무늬, 아랫부분에는 파련화무늬와 풍혈무늬가 조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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