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전시가이드 2024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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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초대석







































        생의변주 162.2x130.3cm Mixed media 2023             생의변주 227.3x181.8cm Mixed media 2024





        연작이다. 작가에게 달항아리는 넒은 지평에서 ‘자연’과 ‘인간’을 매개하는,      기반한  단색조  미니멀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사역되는  장치가  바로
        혹은 연결하는 상징성을 지닌다. 우리의 전통 도자 혹은 도자화 이미지를         스트라이프 요소들이다. 이렇듯 차갑고 엄밀한 양식이지만, 이 선들은 아주
        재현  혹은  구성하면서도  추상성의  범주를  띠는  것은  그만의  독자적인    섬세하고 세련된 감각과 집중력의 결정체들이다. 자연의 비밀이나 역사의
        장치에 기인한다. 전통 도자가 가지고 있는 아우라나 심미성을 회화적으로         비밀을 기록한 바코드 같은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
        구현해내기 위해서는 재현의 한계가 너무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감싸고 있는, 혹은 너머의 심미성과 얼을 탐구하고 표현하고자 할 때, 보다       작가가  이렇게  전통도자  세계와의  인연은  좀  각별하다.  어린  시절
        창의적인 접근방식을 필요로 했다. 특히 그것은 오랜 시간을 통해 우아하고        부친이 지금의 만수동, 박촌, 여주 등지에서 도자 기업을 운영하였으며,
        고상한 원형적 취미의 상징성을 담아내야 하는 과제는 그리 간단한 일이          도자기들은  어린  작가에게  장난감과도  같은  것이었다  한다.  자라면서
        아니기 때문이다.                                       그림에 재능을 보이면서 도자화 그리는 일에도 참여했다 한다.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가게 되면서 도자기는 자연스럽게 그림에 투영되게 된다.
        재현이면서도  재현을  넘어서는  방안으로  극적  무대  효과를  도입한다.     특히  단조로우면서도  우아한  곡선미를  지닌  달항아리의  신비스러운
        재현적 이미지에다 개념을 탑재시키는 것도 방법이지만, 작가는 장치의           아우라를 구현하는 것이 압권이다. 하나의 무대에 등장하듯이 재현되는
        창안으로  풀어나간다.  달항아리  소재를  무대에  등장시키는  전략,  즉     달항아리는 그 어떤 이미지보다 강렬하면서도 우리의 원형에 어필하는
        미장센 플랜은 특이한 장치를 창안함으로써 구현된다. 그 방법의 일단이          심오한 결정체로 부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화면에 가늘게 도드라진 선들의 스트라이프들이다. 컨버스 띠를 철(凸)자
        모양으로 접어 붙인다. 그럼으로써 캔버스에 일정한 간격과 높이의 직선          작가가 근래 역점을 두는 양식은 ‘봄’, ‘생의 변주’ 연작이다. 작가가 오랫동안
        부조를  형성한다.  이  스트라이프가  화면에  조합되어  조형적인  슈파눙     설계하여  연출해온  세공  같은  장치들  공정이  반복적으로  지속되면서
        효과를  조성하게  된다.  시각적으로  마치  블라인드커튼을  열어  무대에     작가의 내면에 동요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들이마시는 들숨만
        등장하는  백자에  조명을  쏟기  시작하는  듯한  장치로서  정적인  화면에    있었으니  날숨도  필요하다.  작가의  시그니쳐인  스트라이프  장치를  더
        극적이고 신비적인 서사를 풀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안으로부터의  보상과  시너지의  계기가  절실했던
                                                        것이다.  그  대안이  바로  ‘표현적  추상’  양식이며,  작가  스스로  힐링과
        물론 작가의 이러한 비상한 장치는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2천년대 중반 ‘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게 된 것이다.
        접점’ 연작에서 시작되었다. ‘겹’ 연작에 비해 훨씬 기하적인 면구성에 예의
        스트라이프가  조합되거나,  혹은  이  선들의  반복과  순환이  구성적으로     생명을  가진  유기체는  끊임없는  운동,  그것이  우연적이든  자발적이든
        조성되는 양식이다. 이 양식에서도 순수 기하적 추상에서 반복적 질서에          움직임을 통해 진화하며 창조성을 발휘한다. 이것은 곧 자연의 본질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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